전문가 "인과성 입증되지 않은 이상사례 목록에 기반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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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3/12/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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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iley JO, AFP 한국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1,200여 종이 밝혀졌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미 식약청이 공개한 화이자 백신 승인 문건에 이 부작용 목록이 담겨 있고, 그중에는 사망, 심근염 등 심각한 부작용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주장들은 사실이 아니다. 보건당국과 여러 전문가들은 문건에 기재된 내용은 '부작용' 목록이 아닌 백신과의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사례' 목록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수집된 백신 안전성 데이터에 의하면 백신 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12월 5일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화이자는 자사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1,291개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이 정보를 적어도 75년 동안 숨기려고 했던 실험실!"

"다음은 부작용 목록의 일부입니다."

"심장마비... 심근염... 신생아 사망... 폐렴..."

이와 함께 스페인어로 작성된 한 엑스 게시글이 공유됐는데, 2000회 이상 리트윗된 이 게시글은 아르헨티나 일간지 '엘 크로니스타'의 2023년 2월 11일 자 기사를 인용하며 "화이자가 무려 1,291종 이르는 심각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목록을 공개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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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이 공유된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12월 19일 캡처.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인구의 70 퍼센트가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온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외 보건당국들은 백신의 이점이 위험보다 크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으나, 소셜미디어상에서는 백신 관련 허위 정보가 계속 공유되고 있다.

유사한 주장이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여기, 여기, 그리고 프랑스, 독일, 세르비아, 네덜란드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도 공유됐다.

이전에도 백신과 관련된 허위 주장을 여러 차례 보도한 적 있는 에포크타임스와 국내 온라인 매체 뉴스타운, 시시비비, 파이낸스 투데이 등도 동일한 주장이 실린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화이자 문건

잘못된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 화이자 문건은 미 식약청정보공개법에 따라 점진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승인 심사자료를 말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투명성 증진을 위한 공공보건 및 의료 전문가 단체'는 지난 2021년 8월 해당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당시 미 식약청은 법원에 매월 500쪽씩 제출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럴 경우 모든 문서를 공개하는데 7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법원은 1월 말까지는 1만 2000쪽 이상씩 공개하고, 이후 매월 5만 5000쪽씩 3월 1일까지 모든 문서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아카이브 링크).

투명성 증진을 위한 공공보건 및 의료 전문가 단체는 2023년 12월 27일 기준 총 2,587건의 문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상태다 (아카이브 링크).

그중 문제가 된 병명 목록이 포함된 보고서는 2021년 11월에 공개됐는데, 보고서에서 사용된 해당 목록의 실제 제목은 '특별관심 이상사례(adverse events of special interest)'이다 (아카이브 링크).

프랑스 부르고뉴 의약품안전관리소의 오렐리 그랑뷰야맹(Aurélie Grandvuillemin) 부소장은 AFP에 이 목록은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 목록이라고는 절대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특별관심 이상사례는 "백신과 연관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집중 관찰과 추가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한 질환"으로 과거에 접종한 다른 백신이나 과거 병력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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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문건' 스크린샷. 2023년 12월 21일 캡처.

중증 부작용

세계보건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등 국내외 보건당국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중증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화이자는 2021년 11월, 2022년 1월, 2023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심근염과 심낭염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보고된 바 있다고 발표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심근염은 심장 근육에, 심낭염은 심장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심근염 발생 위험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을 때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을 때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카이브 링크).

캐나다 궬프대학교의 글렌 파일(Glen Pyle) 분자 심장학 교수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교의 제니퍼 황(Jennifer Huang) 소아 심장학 교수는 2022년 1월 온라인 학술저널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심근염은 대부분 경증이며 빠르게 치유된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국내에서는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심근염·심낭염에 대해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고 예방접종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에 따른 "총사망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AFP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잘못된 주장들을 검증해 왔다. 관련 기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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