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보건당국 '부적합한 보고서에 기반한 주장... 백신 사망 인과관계 확인 안돼'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전 세계 1700만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드니 랑쿠르(Denis Rancourt) 전 오타와대학교 물리학 교수의 발표 영상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국내외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랑쿠르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며, 실제로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11월 30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코로나바이러스 mRNA 주사로 인해 1,70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Denis Rancourt 박사 – 국제 코로나 정상회담 발표."

게시물에 포함된 1분 11초 분량의 영상에는 랑쿠르 교수가 지난 11월 18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국제위기서밋에서 코로나19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랑쿠르 교수는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들은 연구해 왔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을지를 추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신으로 인해 총 1700만 명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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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물 스크린샷. 2023년 12월 8일 캡처.

동일한 영상과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네이버 블로그에도 공유됐고,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크로아티아, 체코 등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퍼졌다.

또한 온라인상에 떠도는 코로나19 관련 음모론 등을 번역해 게시하는 국내 온라인 매체 유엔뉴스에도 게시됐다. 유엔뉴스는 국제연합(UN)과는 무관한 매체다.

한편 국제위기서밋 행사 주최 측이 공개한 발표 영상을 통해 랑쿠르 교수가 본인이 주요 필진으로 참여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남반구 사망 건수'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러한 주장을 펼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보고서의 필진은 남반구 및 적도 인근에 위치한 17개국의 전 원인 사망률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분석해 대략 백신 접종 800건 당 한 명이 사망했으며, 이 비율을 전 세계 인구에 적용할 경우 "1700만여 명의 백신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고 2023년 9월 랑쿠르 교수가 연구진 및 이사회 멤버로 있는 '상관관계 - 공익을 위한 연구'라는 단체의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동일한 주장이 공유된 온라인 게시글 중 일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보도한 적이 있는 에포크타임스의 9월 28일 자 기사를 인용했다.

하지만 타릭 자사레빅(Tarik Jasarevic) 세계보건기구 대변인은 10월 3일 AFP와 인터뷰에서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결함 있는 보고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보건안전센터의 아메쉬 아달자(Amesh Adalja) 박사는 10월 3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의 입장에 동의한다며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실제 데이터를 매우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아달자 박사는 "전 원인 사망률의 증가는 특정 기간 동안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졌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부스터샷 예방접종과는 무관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사망률데이터(World Mortality Dataset), 데이터로 보는 세상(Our World in Data) 등 여러 웹사이트에 공개된 수치에 의하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실시된 시기에 이에 상응하는 전 원인 사망률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한 2022년 초에 초과사망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초과사망은 전염병 유행, 공해 등 특이적 요인으로 인해 전체 사망률이 통상적인 사망률을 훨씬 넘어선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공중보건대학의 올리버 왓슨(Oliver Watson) 박사는 10월 4일 AFP와 인터뷰에서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와 사망률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보였을 뿐이며, 보고서에는 백신이 사망을 일으켰다는 증거나 사망률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요인들에 대한 설명은 전혀 나와있지 않다고 말했다.

왓슨 박사는 "보고서 연구 대상 국가 중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쳤던 싱가포르와 뉴질랜드도 포함돼 있다"라며 "이들 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수준을 달성한 후에 강력한 봉쇄조치를 완화했는데, 그후 로코나19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지 수와 전체 사망률이 모두 증가했다. 이는 백신이 100퍼센트의 효능 가지고 있지 않고 접종률도 100퍼센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취한 호주에서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한 2021년 말 상당한 초과사망이 발생했다.

한편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타라 모리아티(Tara Moriarty) 교수는 해당 보고서의 연구 범위가 남반구로 한정돼 있는데 "남반구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에도 전 원인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 백신이 보급된 후에도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들에서는 여전히 백신을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전 인원 사망률이 높게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초과사망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전 세계적으로 초과사망이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코로나19 백신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었다고 AFP는 보도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리처드 와타나베(Richard Watanabe) 공중보건학 교수는 10월 3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백신은 지난 몇 년간 오히려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2022년 6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된 첫 해에 백신은 전 세계 1980만여 생명을 살렸다 (아카이브 링크).

또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의하면 부스터샷 접종자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부스터샷 비접종자에 비해 훨씬 낮았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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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2020년부터 세계보건기구가 집계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전 세계 일일 사망자 수 ( AFP / Valentina BRESCHI, Valentin RAKOVSKY)

반면 사인이 코로나19 백신으로 밝혀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호주 식약처는 10월 말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이 6900만 건 가까이 실시됐으며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14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호주 식약처 관계자는 10월 5일 AFP에 "중요한 점은 코로나19 백신이 초과사망을 일으켰다는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2022년 백신 접종 건수는 2021년 수치의 절반 정도임을 볼 때 시기상 백신과 초과사망 간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6월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3800만여 회분이 접종됐고 백신과 인과성이 입증된 사망 사례는 3건이었다 (아카이브 링크).

이 외에 보고서에 언급된 뉴질랜드싱가포르에서도 백신 부작용이 사인으로 밝혀진 경우는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뉴질랜드 보건부에서 백신 안전성 감시 및 연구를 담당하는 크리스찬 마셀로(Christian Marchello)는 10월 9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발표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난 이상 반응이 사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 사례는 총 4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뉴질랜드의 초과사망이 백신 때문이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보건당국들과 세계보건기구는 심근염(흉부 통증을 동반하는 심장 근육 질환)과 혈소판감소성 혈전증(혈액의 응고와 지혈 작용을 하는 혈소판의 수치가 낮아지는 희귀 질환)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보고된 이상사례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한편 미 CDC는 홈페이지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외 다른 사인으로 사망할 위험은 비접종자에 비해 높지 않다"라고 적시했다 (아카이브 링크).

백신과 초과사망 간의 연관성과 관련해 AFP는 보고서에 언급된 다른 나라들의 보건당국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기사 게재 전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전에도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상에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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