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와 엠폭스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

세계보건기구가 8월 14일 엠폭스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엠폭스 바이러스가 들어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사용하는 점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과거 엠폭스가 '원숭이두창'으로 불린 점 등이 오해를 유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가 엠폭스와 '완전히 다르다'라며 엠폭스를 유발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주장은 8월 16일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는 원숭이두창이 들어 있었습니다.

"여러분, 미디어에 의한 엠폭스(원숭이두창) 부끄러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만, 자연계에 원숭이두창 등 존재하지 않습니다.

"백신 안에 원숭이의 DNA가 들어있는 것뿐입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도 없습니다."

게시글에 공유된 사진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성분 설명서로 보이는 문서가 등장하는데, 영문으로 작성된 이 문서에는 'SARS-CoV-2 스파이크 당단백질을 암호화한 재조합 복제불능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가 백신에 포함돼 있다고 적혀있고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라고 적힌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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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은 세계보건기구가 8월 14일 엠폭스 바이러스 '하위계통(Clade) 1b' 확산과 관련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후 공유되기 시작했다 (아카이브 링크).

원숭이두창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엠폭스의 옛 명칭으로 감염 시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초기 증상에 이어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이다 (아카이브 링크).

유사한 주장이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에 공유됐고 미국, 호주, 브라질,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유포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이 엠폭스라는 주장2022년에도 유포됐었는데 당시 가톨릭대학교 감염내과 유진홍 교수는 AFP에 "이는 근거 없는 무지한 주장"이라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사용되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라고 설명했다.

엠폭스는 1958년 덴마크의 한 연구진이 사육하고 있던 짧은꼬리원숭이 무리에서 처음 발견돼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본래 숙주는 설치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아카이브 링크).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과 밀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첫 인체감염 사례는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기 수십 년 전인 1970년 콩고에서 보고됐다. 

'생물학적으로 불가능'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엠폭스를 유발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브라질 캄피나스주립대학교의 호세 루이스 모데나(Jose Luiz Modena) 바이러스학 교수는 8월 21일 AFP와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사용된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는 엠폭스와 "완전히 다른 기원과 진화 역사, 바이러스 입자 복잡성, 복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 엠폭스를 유발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백신 속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발생해 엠폭스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없다고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연방대학교의 질리안 트린다데(Giliane Trindade) 미생물학 교수는 말했다.

그는 8월 19일 AFP에 "돌연변이는 어떤 바이러스를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로 바꾸지 않는다.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같은 바이러스 내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미 현존하는 다른 바이러스로 변형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침팬지에만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전달체로 활용한다. 전달체 바이러스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항원 유전자를 담아 투여하면 체내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생성되고 이를 제거하려는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원리이다.

이 백신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공동으로 개발했는데 옥스퍼드대 웹사이트에 게재된 설명에 따르면 백신 제조에 사용된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는 인체 내에서 증식이 불가능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됐다 (아카이브 링크). 

엠폭스 및 코로나19 백신 관련 허위주장을 검증한 AFP 기사들은 여기여기에서 각각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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