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코로나19 백신 나오기 수십 년 전부터 발생한 감염병

세계보건기구가 엠폭스 확산과 관련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소셜미디어상에는 이 전염병이 코로나19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이 같은 주장을 하는 한 독일 의사의 언론 인터뷰 영상이 함께 공유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엠폭스와 코로나 백신 간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며 말했다. 엠폭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수십여 년 전인 1958년에 처음 발견된 감염병이다.  

문제의 주장은 8월 23일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독일 기사 제목: 의사: 원숭이두창은 사실 대상포진이며 COVID 백신의 부작용이다.

"원숭이 수두의 주요 증상은 물집처럼 보일 수 있는 발진이며 심한 통증이 동반됩니다. 이는 또한 대상포진이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볼프강 보다르그 박사는 오스트리아 방송인 AUF1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습니다.

"대상포진은 또한 코로나 백신의 알려진 부작용입니다... 백신 접종 후 450명 중 1명이 대상포진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블로그 작성자는 미국의 극우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의 엑스 게시글을 정보 출처로 밝혔는데, 해당 엑스 게시글에는 블로그 내용과 같은 내용이 영문으로 공유됐고 독일 폐질환 전문의 볼프강 보다르크(Wolfgang Wodarg)의 방송 인터뷰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첨부됐다.

이 영상에는 보다르크 박사가 엠폭스에 대해 "이것은 또 다른 상술이다. 그들은 또다시 우리를 겁주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강요된 코로나 백신의 영향을 이용하는 사업이다"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게시글은 업로드 일주일여 만에 조회수 200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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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8월 30일 캡처.

과거 '원숭이두창'으로 불렸던 엠폭스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라거나 이를 숨기기 위해 기획됐다는 주장은 지난 2022년 유럽과 북미 다수국가에서 엠폭스 감염사례가 보고된 이후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기 시작했다.

최근 엠폭스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자 유사한 주장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엠폭스 확산과 관련해 8월 14일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아카이브 링크).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16개국에서 엠폭스 감염 사례 9만 9000여 건, 사망자 208명이 보고됐다.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여기, 여기에 공유됐고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해외에서 유포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 백신과 무관

엠폭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감염병으로 1958년 덴마크의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과거에는 중앙 및 서부 아프리카의 농촌 열대우림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알려졌으나 2022년 5월 이후 유럽과 북미 등으로 발생 지역이 확대되기 시작해 2024년 6월 말까지 전 세계 116개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질병청에 따르면 엠폭스는 감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주로 전파되며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초기 증상을 보이고 이후 발진이 나타난다 (아카이브 링크).

홍콩대학교 의학대학의 윤쿽영(Yuen Kwok-yung) 교수는 8월 21일 AFP와 서면인터뷰에서 "엠폭스는 주로 감염 환자와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데, 코로나19 백신이 엠폭스를 유발하거나 엠폭스에 취약하게 만들지 않는다"라며 온라인상에 퍼진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엠폭스는 코로나19에 비해 전파성이 훨씬 낮다 (아카이브 링크).

2022년 6월 취재 당시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데이비드 헤이만(David Heymann) 전염병학 교수는 AFP에 "원숭이두창 유행이 백신과 관련이 있다고 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대상포진과 무관

소셜미디어에 퍼진 보다르크 박사의 인터뷰 영상은 2022년 6월 28일 음모론과 허위정보를 자주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성향의 오스트리아 방송채널 AUF1에 송출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이 영상에서 보다르크 박사는 엠폭스 증상이 대상포진 증상과 같다며 엠폭스는 제약 회사들이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이용해 사람들을 겁주려고 만든 새로운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헤르페스 졸스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엠폭스 검사에서 '위양성'(false positive)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는 "엠폭스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다른 감염증이나 질병과 유사해 감염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웹사이트에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홍콩의 전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윤 교수는 "엠폭스 PCR 검사는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에 제대로만 수행된다면 위양성 사례는 나오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AUF1 웹사이트에 게재된 보다르크 박사의 원본 인터뷰 영상은 45분 분량으로 엠폭스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간의 연관성을 다뤘다는 설명이 붙었다 (아카이브 링크).

보다르크 박사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허위 주장을 검증한  AFP 기사는 여기, 여기,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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