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예능 프로그램 영상에 기반한 허위 주장

한 영상이 미국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국과 중국 문화 관련 논쟁을 벌이는 여성들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영상에 사용된 사진들은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하이시 평균 소득 수준을 논의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해당 방송분 어디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11월 29일 "한국은 중국밑 이라고 막말하는 중국인 5초만에 참교육 시전해버리는 한국인"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영상에는 두 여성의 사진과 이들이 영어로 논쟁을 벌이는 듯한 내용의 음성이 등장하는데, 영상 하단에는 "미국 토론 프로그램, 아시아인들 대상으로 '중국 문화' 토론 중"이라는 자막이 붙었다.

영상에 포함된 또 다른 자막 내용에 따르면 두 여성 중 중국인 여성이 한국의 김치가 중국 절임요리 파오차이(泡菜)에서 유래했다며 한국이 중국 문화의 여러 요소들을 훔쳤다고 주장하자 한국인 여성은 이에 대한 반박을 내놓으며 설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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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12월 5일 캡처.

동일한 영상이 지난 4월 유튜브에 최초 게재된 이후 페이스북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영상에 사용된 사진들은 한국과 무관한 내용을 담은 중국 예능 프로그램을 캡처한 것이다.

중국 예능 프로그램

구글 역 이미지 검색 및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 키워드 검색을 통해 영상에 사용된 사진들은 중국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쿠가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안녕, 시티헌터(嗨,城市猎人)"의 여러 장면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프로그램은 여러 일반인 출연자들이 상하이의 유명 채용 대행사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의 영상에 사용된 장면들은 지난 3월 20일 유튜브에 게시된 이 프로그램 첫 회차의 1분 27초 부분부터 등장하는데, 출연자들이 여러 업계 인사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평균 임금 수준 등을 논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속 마이크를 든 여성은 저우이춘(周溢谆)이라는 출연자로, 자신은 생물의학 연구 및 개발 분야 채용을 담당한다고 소개하며 박사 또는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이 분야에서 한 달에 8만 위안(11,200달러)의 급여를 받으려면 몇 년의 경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발언한다.

두 번째 여성은 첸추아이(陈楚瑷)라는 출연자로, 보통 한 달 5만~8만 위안의 급여를 받는 사람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업종별로 임금 편차가 크다는 점을 언급한다.

영상 어디에서도 한국이나 허위 주장을 담은 영상 속에 언급된 중국 문화와 관련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을 담은 영상 속 장면(좌)과 유쿠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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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을 담은 영상 속 장면(좌)과 유쿠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 비교

"안녕, 시티헌터"의 해당 방송분은 유쿠에서도 시청가능하다 (아카이브 링크).

별도의 검색을 통해서도 미국 토론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한국과 중국 문화와 관련된 논쟁을 벌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여러 영상들이 한국을 비하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온라인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해당 기사는 여기,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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