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E '해당 명단 공개한 적 없어... 개최지, 비밀투표로 선정'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투표에서 부산에게 표를 던진 29개국 명단이라는 내용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국제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는 회원국들의 선택을 나타낸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다며 엑스포 개최지 선정은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문제의 명단에 포함된 나라 중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는 BIE 회원국이 아닌 관계로 투표권이 없었으며,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몇 개국은 공개적으로 사우디 및 이탈리아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문제의 주장은 11월 29일 "세계 박람회...우리에게 한표 던진 29개국 공개"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해당 명단에는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폴란드, 터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감비아,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대한민국" 등 29개국이 포함돼 있다.

이 주장은 11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에서 부산이 2030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뒤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아카이브 링크).

1차 투표 결과 부산은 182개 BIE 회원국 중 투표에 참여한 165개국으로부터 29표를 얻는데 그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총 투표국의 3분의 2 이상인 119개국 득표를 얻어 개최지로 확정됐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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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11월 29일 캡처.

투표에 앞서 당시 조선일보, SBS 등 여러 국내 언론 매체들은 정부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판세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거나 막판 역전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실제 투표에서 부산이 큰 표차로 패배하자 정부의 정보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투표를 며칠 앞두고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여러 회원국과 접촉한 윤 대통령은 투표 결과가 나오자 당일 대국민 담화를 열어 유치 실패에 대한 이례적인 사과를 발표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동일한 명단이 유사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그러나 BIE 관계자는 회원국들의 투표 대상을 나타낸 명단을 발표한 적이 없다며, 개최지 선정은 익명 투표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비밀투표

BIE 관계자는 11월 29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개최지 투표와 관련해 본 기관이 공개한 유일한 정보는 각 후보국의 득표수라며 BIE 규칙에 따라 "한 국가 당 한 표 원칙 하에 각 회원국 정부가 임명한 대표들이 무기명 비밀 전자투표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BIE 공식 웹사이트에도 개최지 투표는 비밀투표 방식으로 치러졌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잘못된 명단에 포함된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는 BIE 공식 회원국이 아닌 관계로 11월 29일 BIE 총회 당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역대 엑스포 관련 기록을 정리한 웹사이트 '엑스포뮤지엄'(Expomuseum)도 이 세 국가를 'BIE 회원이 아닌 UN 회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호주는 한때 BIE 회원이었지만 2015년 의회 위원회가 높은 연회비 등을 지적하며 탈퇴를 권고함에 따라 BIE를 공식 탈퇴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역시 2012년 10월 당시 정부의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BIE에서 탈퇴했다 (아카이브 링크).

공개 지지 선언

명단에 포함된 몇몇 국가들은 11월 29일 투표에 앞서 한국의 경쟁국인 사우디나 이탈리아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2년 7월 29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접견 뒤 성명을 통해 사우디 지지를 공식화했다 (아카이브 링크).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2023년 5월 23일 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리야드 지지를 공개했다 (아카이브 링크).

우루과이 역시 2023년 5월 사우디와 외무장관 회동을 가진 뒤 사우디아라비아 엑스포 지지를 공식 발표했다 (아카이브 링크).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미들이스트모니터 등 여러 중동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도 그간 사우디아라비아 지지 의사를 밝혀왔으나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관한 비판을 제기하자 개최지 투표를 하루 앞두고 사우디 지지를 철회하며 이탈리아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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