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보건당국 입장 잘못 인용한 허위 주장

캐나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에서 발암성 바이러스 DNA가 발견된 것을 시인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이 주장은 2023년 10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에서 과거 소아마비 백신 오염과 관련이 있는 원숭이바이러스(SV40)의 DNA 염기서열 조각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예비논문이 온라인에 공개된 후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캐나다 보건부는 온라인 게시물 등에 당국의 입장이 잘못 인용됐다고 전했다. 한편 여러 전문가들은 논란이 된 예비논문이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10월 23일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캐나다 보건당국, 화이자 백신 속 SV40 바이러스가 존재함을 인정하다. 최근 암 폭증 이유 있었네..."라는 제목이 붙은 이 게시물은 온라인 매체 에포크타임스의 10월 19일 자 기사를 인용하고 있다.

다음은 해당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캐나다 보건부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서 원숭이바이러스40(SV40)의 DNA 염기서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제조사인 화이자가 보건당국에 한 번도 보고한 적 없는 내용이다."

"캐나다 보건국은 '화이자가 제출한 플라스미드 DNA 염기서열과 이미 공개되어 있는 SV40 인핸서 염기서열을 비교ꞏ대조해 인핸서의 존재를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인핸서는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를 RNA로 옮기는 과정인 '전사'를 조절하는 DNA 염기서열의 한 영역으로 프로모터의 기능을 조절해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염기서열의 또 다른 영역인 프로모터는 전사 시작점을 지정해서 유전자의 전사 여부를 결정한다 (아카이브 링크).

에포크타임스는 과거에도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여러 차례 보도한 적이 있다.

지난 10월 19일 이 기사가 보도되기 전, 학술지에 정식 출판되기 전 상태의 논문 원고를 공개할 수 있는 오픈 사이언스 프레임워크(OSF)라는 웹사이트에 기사 내용과 비슷한 주장이 담긴 한 예비논문이 공개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해당 논문의 필진은 코로나19 백신에 "한 회분 당 십억 개에서 수천억 개에 이르는 DNA 분자"가 들어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이로써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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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제기된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 스크린샷. 2023년 11월 30일 캡처.

유사한 주장이 네이버 블로그 여기, 여기, 엑스(Xꞏ옛 트위터) 여기, 여기, 그리고 페이스북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캐나다 보건부의 설명

캐나다 보건부 관계자는 10월 27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에는 SV40이 들어있지 않다"라고 밝히며 "SV40 프로모터 인핸서 염기서열이 들어있는 것과 온전한 SV40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것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에서 확인된 SV40 프로모터 인핸서 염기서열은 (백신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잔류 DNA 조각으로, 비활성화되어 있고 어떠한 기능도 하지 않으며 캐나다 보건부 및 해외 규제기관들의 잔류허용기준치를 일관되게 밑도는 수준이다"라며 백신에 잔류해 있는 DNA 조각이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립인간게놈연구소에 따르면 mRNA 백신 제조 시에는 복제가 쉽고 원하는 DNA 염기서열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작고 둥근 DNA 조각'인 플라스미드가 사용된다 (아카이브 링크).

플라스미드의 여러 구성요소프로모터는 전사 수준을 높여주는데,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처럼 SV40 프로모터가 사용되기도 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1950년대에 원숭이 신장에서 배양한 폴리오 바이러스를 소아마비 백신에 사용했다가 일부 백신이 원숭이바이러스인 SV40에 오염된 일이 있었는데, 일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코로나19 백신에 잔류해 있는 SV40 DNA 염기서열이 인간의 유전자와 결합해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그러나 캐나다 보건부는 "SV40 프로모터 인핸서 염기서열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다"라며, 나아가 "백신에 온전한 SV40 바이러스가 들어있다고 해도 그 백신이 암 발생 위험이나 암 진행속도를 높인다는 증거도 역시 없다"라고 말했다.

SV40은 암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SV40 혹은 SV40에 오염된 소아마비 백신이 인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확증적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토론토대학교 공중보건의 배리 패이커스(Barry Pakes) 부교수는 10월 31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SV40 유전체 염기서열이 인간의 DN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이를 뒷받침할 논리적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종양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마이클 임페리얼(Michael Imperiale) 교수는 11월 1일 AFP에 "mRNA를 만들려면 DNA가 있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백신에 "DNA 조각이 조금은 남아있을 거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잔류 DNA 조각들은 "활동성이 없고"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키트 롱리(Kit Longley) 화이자 대변인은 10월 30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감염성이 없는 특정 SV40 염기서열은 제약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화이자 백신 생산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용되는 원료"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독감, 간염 백신 등 "사용이 승인된 여러 종류의 백신에도 소량의 잔류 DNA는 발견된다"라고 덧붙였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신빙성 부족한 논문

이러한 주장들은 2023년 10월 한 예비논문이 온라인에 공개된 이후 온라인상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패이커스 교수는 "이 예비논문은 방법론과 해석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다"라며 "동료심사를 거쳐 학술지에 정식으로 게재된 후에 연구내용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국 웨인주립대학교의 외과 암전문의 데이비드 고어스키(David Gorski) 교수는 지난 10월 21일 이 논문의 주요 문제점을 정리해 블로그에 공유했는데 그는 "백신 바이알 당 DNA 잔류량을 측정할 때 로그 스케일(광범위한 범위의 수치 데이터를 로그를 이용해 간결하게 표시하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잔류량이 미 식약청 권고기준에 실제 보다 더 가깝게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어 "필진이 측정한 잔류량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식약청 권고기준 이하"라며 "측정된 최고 농도가 식약청 허용치의 반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예비논문이 공개되기 한 달 전인 9월에도 비슷한 주장이 담긴 예비논문이 같은 웹사이트에 게시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코로나19 백신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이 과거에도 온라인상에 공유된 적 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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