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예상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 코로나19 백신과는 무관"

중국에서 유행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화이자가 백신 승인 신청을 위해 미 식약청에 제출한 부작용 목록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한국에서 3-4년 주기로 유행하고 있는 감염병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에도 발생했다. 백신 전문가들은 화이자 문서에 나열된 병명은 백신과의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사례'로 '부작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문제의 주장은 2012년 12월 7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화이자 코로나백신 부작용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Mycoplasma pneumoniae)의 새로운, 소위 '전염병'은 '백색 폐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며 화이자 자체가 밝혀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의해 발생합니다."

"화이자의 부작용 보고서 37페이지를 확인하세요."

게시글에는 "부작용 보고서"라고 주장한 문서의 스크린샷이 함께 공유됐다.

Image
잘못된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12월 24일 캡처.

이 주장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중국에서 기승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환자가 발생하면서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아카이브 링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올 겨울 중국 일대에서 유행할 것으로 이미 예상됐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발생하고 있는 전염병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3-4년 주기로 유행하고 있는데, 12월 첫째 주 기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 환자 수는 249명으로, 12세 이하 아동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마지막으로 유행했던 2019년 동기간 대비 약 46퍼센트 수준이다 (아카이브 링크).

유사한 주장이 네이버 블로그 여기, 여기, 네이버 카페 여기, 여기, 그리고 중국, 프랑스 등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상사례

이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 화이자 문건 37쪽에 적힌 병명 목록은 '부작용(side effects)' 목록이 아닌 '특별관심 이상사례(adverse events of special interest)' 목록이다 (아카이브 링크).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상사례는 백신 접종 후 발생한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되지 아니한 징후 또는 질병으로, 백신으로 인해 해당 징후가 발생했다는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아카이브 링크).

온라인 게시글에 자주 언급되는 화이자 문건은 미국의 '투명성 증진을 위한 공공보건 및 의료 전문가 단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미 식약청으로부터 전달받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승인 심사자료 중 일부로 2021년 11월 해당 단체의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아카이브 링크).

이전에도 이 문건을 근거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잘못된 주장이 온라인상에 공유된 적이 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해당 주장을 검증한 바 있다.

작년 취재 당시, 프랑스 부르고뉴 의약품안전관리소의 오렐리 그랑뷰야맹(Aurélie Grandvuillemin) 부소장은 AFP와 인터뷰에서 화이자 문서에 나와있는 병명 목록은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 목록이라고는 절대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특별관심 이상사례는 부작용과는 달리 백신과의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로, 과거에 접종한 다른 백신이나 코로나19 위중증 병력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집중적인 관찰이 요구된다.

프랑스에서 화이자 백신 안전성 조사를 담당했던 프란체스코 살보(Francesco Salvo) 보르도 의약품안전관리소 소장도 AFP에 해당 목록에 나와있는 것은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이 아니라 "백신 접종 이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면역 전문가들이 백신이 출시되기 전에 우선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질병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는 특별관심 이상사례를 "백신과 연관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집중 관찰과 추가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한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Image
'화이자 문건' 스크린샷. 2023년 12월 27일 캡처. ( Hailey JO)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의학 전문학술지 '랜싯'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대에서 연중 발생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러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 조치 등이 해제된 데다 어린이 예방접종률이 저조하고, 날씨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중국에서 호흡기 질환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분석했다.

홍콩대학교 진동얀(Jin Dongyan) 바이러스학 교수는 12월 18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어린이 예방접종 부족, 언론보도 증가, 검사량 증가, 대중의 불안감 및 인식 증가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환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본다며 "이는 팬데믹 이후 호흡기 질환이 급증한 세계 다른 지역들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윌리엄 샤프너(William Schaffner) 예방의학 교수도 12월 15일 AFP에 "최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의 증가 추세는 매년 관찰되는 일반적인 수준으로 예상범위 내"라고 말했다. 또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경고한 대로 미국에서도 호흡기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도 지난 12월 15일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 향후 수개월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아카이브 링크). 더불어 팬데믹 기간에 행해진 조치들로 인해 감소된 면역력이 올 겨울 "호흡기 질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전에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과 관련된 잘못된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적이 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를 검증한 바 있다.

팩트체크 신청하기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