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수단체가 설치한 현수막... 미군과 무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 사진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사진 속 현수막 뒤편 담장에는 평택시 소재 미군기지 이름인 '험프리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에는 주한미군이 이 현수막을 직접 게재했다는 주장이 붙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당 현수막은 국내 보수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기념해 평택 미군기지 인근에 설치한 것으로 미군과 전혀 관련이 없다. 

문제 사진은 1월 20일 인스타그램에 공유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미군이 직접 단 현수막"이라 주장하며 해당 사진을 첨부하고 "누가 우리의 친구인가 확실히 못 박는 미국"이라 덧붙였다.

사진 속 현수막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얼굴, 그리고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문구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가 인쇄되어 있고 현수막 뒤편으로 '미 육군 험프리스'라 적힌 벽돌 담장이 보인다. 담장 위에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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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사진이 공유된 인스타그램 게시글 스크린샷. 2025년 2월 8일 캡처.

이 주장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지난달 19일 유포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개최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 구명에 나서줄 것이라 기대하며 집회 때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부정을 주장할 때 사용했던 '도난을 멈춰라(Stop the Steal)' 구호를 차용하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이 같은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현수막을 게재했다는 주장은 소셜미디어 스레드 여기, 여기, 여기, 여기네이버카페 등 여러 플랫폼에 유포됐다.

그러나 문제 사진 속 현수막은 국내 보수단체가 평택 미군기지 인근에 설치한 것으로 미군과 아무 관련이 없다.

'축하 현수막'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문제 사진이 1월 20일 '자유대한호국단'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이 영상에는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겼는데, 3초에 등장하는 장면이 문제 사진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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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원본 유튜브 영상(우) 비교

영상 제목에서 자유대한호국단이라는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1월 18일 캠프 험프리스 앞에 현수막을 설치했음을 추론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몇 시간 후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며 "이를 기념하여 평택 험프리스 기지 앞에 축하의 뜻을 담은 현수막을 게첩"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커뮤니티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현수막이 캠프 험프리스 바깥쪽 윤게이트 인근에 설치됐음을 알 수 있는데, 윤게이트라는 명칭은 6·25 전쟁 당시 미군 연락장교를 지낸 우리나라 군인 윤승국 장군의 성을 딴 것이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캠프 험프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윤 장군은 1950년 유엔 지상군이 남진하던 북한군과 벌인 전투에서 많은 미군의 목숨을 구하는 등 큰 기여를 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전에도 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시사한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여러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상에 유포됐는데 AFP를 취재를 통해 이들 주장을 검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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