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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글은 8월 12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스레드에 공유됐다.
작성자는 "워싱턴 DC에 계엄령 내려짐. 계엄령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통치 행위이지"라는 글과 함께 사진 두 장을 올렸다.
군 차량 행렬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지하철에 탄 군인들 사진 위에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였다.

이 게시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워싱턴의 범죄 문제에 대응하겠다며 시 경찰을 연방 지휘권 아래 두고 주방위군 800명을 지원 세력으로 배치하겠다고 밝힌 뒤 등장했다 (아카이브 링크).
앞서 6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 불법이민 단속 반발 시위에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했는데, 주지사 동의 없이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은 1965년 이후 처음이었다 (아카이브 링크).
약 70만 명이 거주하는 워싱턴은 주가 아닌 특별행정구역으로, 주 정부와 주지사가 폭넓은 자치권을 행사하는 주와 달리 연방 정부와 연방 의회가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민주당의 아성인 워싱턴을 향해 공화당 정치인들은 범죄, 노숙, 재정 부실 운영 등 각종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워싱턴 경찰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급증했던 폭력 범죄는 2023년과 2024년 사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주장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에서도 퍼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번 조치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비교하며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불법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폈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 위헌·위법적 행위라며 파면을 결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내란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 사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UC버클리 법학전문대학원 존 유 교수는 8월 18일 AFP에 "DC에는 현재 정상적인 민간 법률이 적용되고 있다"며 "사실 DC에는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연방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전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그는 "누군가는 DC 병력 투입이 한국에서 벌어진 일과 다소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법적으로는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민간 통치 유지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브레넌정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는 계엄법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비상 상황에서 군이 민간 정부를 대신하고 특정 지역 민간인을 관할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뜻한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 지침에는 군이 워싱턴의 민간 정부를 대체한다는 내용은 없으며 오히려 "모든 시민이 선출된 대표들과 소통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문구는 담겼다 (아카이브 링크).
워싱턴 시 정부는 연방 정부의 시 경찰 직접 통제와 비상 경찰청장 임명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법원의 중재로 "비상"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던 테리 콜 마약단속국 국장이 워싱턴 시장실을 통해서 지휘권을 행사하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아카이브 링크).

한국 헌법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의 행위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태호 헌법 교수는 8월 15일 AFP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군을 동원해 민주적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반면 트럼프는 민주 헌정질서를 통째로 무너뜨리려는 목적에서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워싱턴 주방위군 배치에 대해 "군을 투입해 행정 업무의 일종인 치안을 담당"하게 한 "제한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 백은석 교수는 12·3 사태의 경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을 뿐 아니라 국회, 선관위, 법원 등의 기능을 군병력으로 제한하거나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계엄 상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카이브 링크).
그는 군 병력 동원은 보통 △재난지역 구조·복구나 폭동 지역에서 현지 경찰을 보조하는 제한적·한시적 역할만 하는 경우 △치안·질서 유지를 비롯한 법 집행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 △정부 기능 상당 부분을 군이 대체하며 기본권을 심대하게 제약하는 경우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통상 계엄은 세 번째나 적어도 두 번째에 해당해야 하는데 워싱턴의 경우 현재까지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워싱턴 경찰청을 연방 정부 지휘권 아래 두기로 했지만 주방위군이 경찰을 대체하는 상황은 아니므로 통상적 의미에서 계엄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 6월, 2021년 1월 사진
구글 역 이미지 검색 결과, 문제 게시물에 쓰인 사진들은 워싱턴 조치 발표 이전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차량 행렬이 담긴 사진은 지난 6월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장면이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79세 생일이기도 해서 같은 시간 미국 전역에서는 그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아카이브 링크).
게티이미지 웹사이트의 원본사진 설명에도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 탱크가 링컨기념관을 지나 알링턴 메모리얼 브리지를 건너고 있다"라고 적혀 있으며, 사진 출처는 워싱턴 포스트로 기재돼 있다 (아카이브 링크).
지하철 사진은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촬영됐다.
전미주방위군 웹사이트에 게재된 원본 사진에는 "2021년 1월 20일 제59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경비 임무를 맡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방위군 병사들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 달렸다 (아카이브 링크).

4년 전 선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 이후 미 역사상 전례 없는 보안 조치가 취해졌다. 그 일환으로 미국 전역에서 2만 5000명이 넘는 주방위군이 워싱턴에 배치돼 취임식 전후로 경계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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