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urse holds a vial of Moderna Covid-19 vaccine in Kajiado, Kenya in September 2021 ( AFP / Patrick Meinhardt)

코로나19 백신, 동물·초전도 자석 들어있다? 전문가 '근거 없는 연구에 기반한 허위 주장'

코로나19 백신에 히드라라는 동물과 초전도 자석이 들어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이 주장은 미국의 정골(整骨) 의사인 캐리 마데(Carrie Madej)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연구에 기반한 허위 주장이다.

문제의 주장은 2021년 10월 25일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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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스크린샷. 2021년 10월 29일 캡쳐. ( AFP)

다음은 해당 주장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캐리 마데(Carrie Madej) 박사의 진실 폭로, 백신 성분에 히드라 주입.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간 게놈 안에 히드라의 DNA를 넣는 게 소원이죠. 즉 백신 안에 이 생물들이 확인되었고, 계속 자라고 있죠. 제조사가 공개한 백신 성분표에 없는 것들이 왜 보이냐 말이죠.

"즉, 그들은 인류 몸 속에 인공지능 네트워크를 집어넣으려고 꾸미는 거에요…. 인간 몸 속에서 cm단위면 꽤 큰 거 아시죠? 적어도 의도적으로 몸 속에 주사로 주입하는 건 말도 안 되요!"

히드라는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고여 있는 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동물계 생물로 몸통은 대롱 모양이고 여러 개의 촉수가 달려있으며 몸길이는 3~5mm가량이다.

유사한 주장이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AFP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마데 박사가 주장에 인용된 연구를 실제로 진행 했는지 확인 할 수 없고, 설사 연구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연구라고 말한다.

프랑스 재료 개발 및 구조 연구 센터(Centre d'Élaboration de Matériaux et d'Etudes Structurales)의 연구원이자 유럽 현미경 협회(Société Européenne de Microscopie)의 버지니아 세린(Virginie Serin) 사무국장은 2021년 10월 21일 AFP와 인터뷰를 통해 해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마데 박사의 연구는 요구되는 절차를 엄격하게 거치지 않은 실험이라고 말했다.

세린 연구원에 따르면 백신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는 보통 의도하지 않은 다른 결과들을 배제하기 위해 "낮은 기온의 멸균 상태"의 환경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마데 박사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상온"에서 도출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세린 연구원은 "[마데 박사의 연구는] 과학적 방법에 기반한 제대로 된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그녀의 주장이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일반 대중들을 기만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뚜르대학교(Université de Tours)의 필립 로앵거드(Philippe Roingeard) 세포 생물학 교수는 2021년 10월 19일 AFP 측에 마데 박사가 본인이 직접 현미경을 통해 발견한 것이라며 제시한 사진 속 물질들은 현미경 관찰 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로앵거드 교수는 "특별할 것 없는 단순한 불순물들로 보인다. 먼지이거나 현미경 유리에 낀 때 같은 것들이거나 아니면 유리 자체에 생긴 금 같은 것들일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마데 박사가 제시한 사진들은 "백신과 아무 관련 없는 것들"이라고 못 박으며 "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도 같은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앵거드 교수는 이에 더해 "백신 관찰을 위해서는 전자 현미경 같은 조금 더 성능이 뛰어난 현미경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유럽 현미경 협회의 호세 마리아 발푸에스타(Jose Maria Valpuesta) 회장 역시 "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도 그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라며 "마데 박사가 이미 개봉 및 사용된 백신을 관찰했기 때문에 그 안에 먼지 같은 것들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발푸에스타 회장은 "이 [마데 박사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녀가 봤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물도 아니고 우주에서 온 생명체 같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의 정재훈 교수도 AFP와 인터뷰를 통해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기생충은 물론이고 다른 병원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해 오염돼 있지 않은 무균환경에서 제조된다"라고 설명했다.

마데 박사는 백신 속에 "초전도 자석"이 들어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와 비슷한 주장과 관련해 미국 보스턴대학교의 캐서린 클라페리히(Catherine Klapperich) 생명 공학 교수는 백신 속엔 그 어떤 "기계적이거나, 전기적이거나, 자기적인 물질"이 들어있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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