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혐오 유발한 일본 지하철 내 기도 모습, 사실 'AI 가짜 영상'
- 입력 월요일 2026/04/2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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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won Jung, AFP 한국
이웃나라 일본에서 반 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슬람 신자들이 일본 지하철 안에서 단체로 기도를 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한 영상이 등장했다. 댓글들은 무슬림들이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타인들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비난했지만, 사실 해당 장면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 영상으로, 전문가들은 영상 속의 기도 장면 역시 실제 무슬림들의 기도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1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일본 지하철 안 무슬림 근황"이라는 제목과 함께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긴 튜닉과 작은 원통형 모자를 착용한 한 무리의 남성들이 지하철 객차 한가운데에서 마치 이슬람식 기도를 하듯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반복적으로 절을 하고, 혹은 허리를 숙여 절을 하거나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다.
이들이 차량 한가운데에서 기도를 하는 동안 주변 승객들은 차량 양쪽 좌석에 빽빽이 앉아있다.
일본에서는 강력한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외국인 관련 규제 강화 등을 공약으로 2025년 집권에 성공했다. 또한 작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소위 '일본 우선'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극우 성향의 산세이토당이 약진하는 등 일본 내의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동시에 무슬림 친화 정책과 관련한 허위 정보도 잇따라 확산되었는데, 아이치현 관광 캠페인이 이민 정책으로 호도되어 알려지거나, 기타큐슈시가 무슬림 급식을 추진한다는 잘못된 주장으로 관청에 대량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무슬림들이 일본 지하철 안에서 기도를 한다는 최근 영상은 한국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상에도 올라왔는데, 네티즌들의 반응은 국내 보수 개신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온 반무슬림 정서를 반영하기도 했다.
앞서 2023년 대구시에서는 무슬림 대학생들을 위한 모스크 건립을 두고 수개월간 반대 시위가 이어졌으며, 일부 반대파 주민들은 학생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거나 건설 현장에서 통돼지 바비큐 잔치를 열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 최근 영상은 SNS상에서 중국어, 일본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확산되었는데, 영상이 진짜라고 믿은 많은 네티즌들이 "(무슬림들은) 절대 그냥 오는 게 아니에요. 항상 점령하려고 하죠!' 혹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 여기는 일본이야!' 등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장면은 AI로 생성된 가짜 영상이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영상에 나오는 기도 장면이 실제 무슬림들의 기도법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 속 시각적 오류
영상 분석 결과, 지하철 손잡이나 좌석 위 짐을 올려놓는 철제 구조물들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등 여러 시각적 오류가 확인됐다.
승객 한 명의 몸은 바로 옆 좌석의 금속 뼈대와 섞여서 왜곡되어 보이고, 승객들 일부는 의자가 존재할 수 없는 출입문 바로 앞에 의자가 있는 것처럼 앉아있다. 다른 출입문이 있어야 할 열차 반대쪽 자리에도 승객들이 빼곡하게 앉아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광고판 위 이미지 역시 흐릿하고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영상 중간에 계속 광고판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I 탐지도구 Hive Moderation 분석에서도 해당 영상은 "AI 생성 또는 딥페이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카이브 링크).
'완전히 잘못된 장면'
권승일 한국 이슬람교협회 선교팀 차장은 4월 14일 AFP와의 통화에서 "영상 속 사람들이 예배드리는 모습, 예배를 드리는 장소 등이 다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영상 속 남자 두 명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는 동작을 세 번 반복하고, 절을 하는 동안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깊게 숙이지 않는다. 하지만 권 차장에 따르면 실제 무슬림 예배의 기본 단위에서 절은 2회만 수행하고, 동시에 이마가 바닥에 닿아야 함이 원칙이다.
권 차장은 해당 영상이 "실제 이슬람교 신자들의 예배 방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AI 영상 내 남성들은 지하철 안의 좁은 공간으로 인해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승객들을 향해 큰 절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이자 중동문제연구소 소장인 김정명 교수는 무슬림들이 기도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고, 도저히 실제로 나올 수 없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김 교수는 4월 13일 AFP와의 통화에서 이슬람 예배에서 절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복종을 표시하는 동작으로, 사람에게 절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들이 지하철 등 움직이는 대중교통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다만 항공편 기내에서는 예외적으로 승무원들에게 메카 방향을 안내받아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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