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원 선거벽보, 가짜 AI버전이 반중정서 확산에 이용
- 입력 월요일 2026/05/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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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e MOON, AFP 한국
- 번역 및 수정 Grace MOON, Hawon Jung, AFP 한국
2026년 5월 29일 사전투표가 시작된 제9차 전국동시지방선거 운동기간 중 서울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중국어로 작성된 선거 벽보를 배포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됐다. 해당 이미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며 극우 성향 계정들 사이에 만연한 반중 정서와 부정선거 주장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선거 공보물이 아닌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 이미지로 밝혀졌다. 해당 후보가 속한 개혁신당 대변인과 AI 전문가 역시 해당 포스터 이미지가 허위임을 확인했다.
2026년 5월 26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은 "아니, 서울 광진구 구의원 선거 포스터(개혁신당)라는데 전부 한자(중국어)로 되어있네요. 여기가 중국입니까?"라는 글과 함께 선거 포스터로 보이는 이미지를 공유했다.
사진 속 인물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주연 개혁신당 후보로,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김 후보의 선거 벽보가 중국어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이미지는 김 후보가 중국어 선거 공보물을 배포했다는 주장과 함께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를 비롯해 스레드, 페이스북, X 등 여러 SNS플랫폼을 통해 확산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이미지를 근거로 김 후보가 중국인이라고 주장하거나,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지지한다는 주장을 덧붙이며 이를 부정선거 음모론과 연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에서는 반중 · 혐중정서가 본격화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근거 없는 중국인 관련 선거 조작설이나 비자 사기 음모론이 반복적으로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해당 이미지는 실제 선거 벽보가 아니며, 김 후보와 개혁신당은 이러한 공보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I 사진
개혁신당 대변인은 5월 27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진은 가짜이며, 제보를 받은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요청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의 벽보를 "AI에 집어넣어서" 중국어로 바꾼 뒤 후보자가 중국어 벽보를 배포했다는 허위사실을 게시하거나 유포한 자들을 고발조치했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AFP에서 개발한 Verification Plugin 내에서 이용 가능한 AI 탐지도구 Vera분석에서도 해당 이미지는 AI 생성 증거가 "강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환 서울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5월 27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벽보는 AI 를 이용하여 원본의 한국어를 중국어로 번역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김 교수는 이미지 속 QR코드가 정상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원본 벽보에 있던 "4" 글씨도 약간 기울어져 있으며 원본 포스터의 주황색 배경 이미지도 더 붉게 변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AI 생성 이미지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한글 문서를 다른 언어 문서로 변경하는 것은 요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신설된 공직선거법 제82조의8에 따르면,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AI 기술을 이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딥페이크 콘텐츠를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아카이브 링크).
한국에서는 올해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 기본법이 시행되었고, 선거 당국은 6월 3일 지선을 앞두고 조작된 영상물에 대한 감시와 대응을 강화해 왔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대만에서 먼저 공유
구글 이미지 역검색 결과, 해당 이미지는 한국보다 앞서 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이미지는 대만 네티즌들이 김 후보 선거 벽보에 적힌 '메이플 스토리 초보자 랭킹 1위' 경력에 특히 관심을 보인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카이브 링크).
5월 25일 한 X 이용자는 김 후보의 원본 벽보와 AI로 번역한 중국어 버전을 함께 공유하며 "대만 국립 중산대학교를 졸업한 한국인이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선거 벽보에 2006년 당시 메이플 스토리 초보자 랭킹 1위였다는 경력까지 기재했다. 대단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원본 벽보에 적힌 메이플 스토리 관련 부분을 붉은 선으로 표시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MMORPG)인 메이플 스토리는 2003년 출시 후 이용자 수 2억 6천만 명 이상을 돌파한 인기 게임이다 (아카이브 링크).
김 후보는 대만의 국립중산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중국어 강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공유된 주장과는 달리, 김 후보는 한국 시민이다 (아카이브 링크).
김 교수는 해당 AI 중국어 포스터가 특정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기보다는, 개인적 게임 실력을 선거벽보에 올린 후보를 신기하게 본 중화권 네티즌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 AI 번역본이 공유된 후, 이후 한국의 일부 극우 성향 네티즌들이 이를 정치적 맥락에서 왜곡해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의 메이플 스토리 관련 이력이 대만 SNS에서 화제가 된 뒤 TVBS 등 대만 언론도 그의 선거 벽보를 보도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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