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다음날 아닌 2025년 1월 4일 촬영된 사진

선거연수원에서 체포된 중국 간첩들을 태운 미 해군 수송함이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밤 일본 오키나와 주일미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앞서 온라인 매체 스카이데일리는 '계엄 당일 선거연수원에서 선거 조작에 관여한 중국인 99명이 체포돼 일본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는데,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문제 사진을 두고 이 보도에 대한 정황증거라가 드러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사령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AFP에 해당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으며, '오키나와 현지 팩트체크' 결과로 둔갑해 공유된 미 수송선 사진도 계엄 다음 날이 아닌 한달 여 뒤인 2025년 1월 촬영됐다.

문제 주장은 2025년 1월 16일 구독자 1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에 게재됐다.

 '[팩트조사] 선거연수원 중국인 99명 美 압송설! 오키나와 현지 팩트체크'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영상에서 진행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쫙 퍼지기 시작한 소식 있죠. 바로 스카이데일리라는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서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조사해 봤다며 "그럼 정말로 배가 갔냐 이걸 확인해 봐야 되죠"라고 말한다.

진행자는 옆에 놓인 모니터 화면의 배 사진을 가리키면서 "자, 이 배가 12월 4일 오후 7시 이후에 오키나와 나하항에 도착했습니다"이라고 이어갔다.

"여기에 태우고 갔다는 거죠. 그래서 당일날 오후 7시 이후에 나하 군항에 입항한 미군 미 해군의 괌 함입니다. 이게 들어왔어요. 그때 찍은 사진입니다."

"그럼 누가 찍었냐? 오키나와 나하에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이 주민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하면서 이 나하에 입항한 군함들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이에요."

국내 온라인 매체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월 16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계엄군이 수원 소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이 검거해 미군 측에 인도했으며, 이들은 일본 오키나와 주일미군기지로 이송된 후 심문 과정에서 선거 개입 혐의를 인정했다는 주장이 담긴 기사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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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이 공유된 유튜브 영상 스크린샷. 2025년 1월 27일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중앙선관위가 2023년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사실상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엄군을 보내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하고자 했다며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했다 (아카이브 링크).

또한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과 국정원 등을 드론으로 불법 촬영한 중국인들이 적발된 사건이 있다고도 언급했는데, 이날 담화 이후 온라인상에는 반중 기조가 확산됐고 이는 중국인에 대한 무부분별한 혐오발언으로 이어졌다.

일부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퍼져온 부정선거 음모론도 재점화됐다. 북한과 중국이 우리나라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선거 결과를 조작해 왔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1월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아카이브 링크). 

미 해군 고속수송선이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 오후 7시쯤 일본 오키나와의 나하 군항에 도착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된 사진은 페이스북, 스레드, 일간베스트, 다음 카페 등에도 공유됐다.

"긴가민가했는데 생각하니 계엄해제 시간과 맞아떨어집니다. 대단합니다", "신 박사님 펙트체크 논리 정연합니다. 최고입니다" 등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을 통해 일부 이용자들이 이를 사실로 오인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허위 보도

주한미군사령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공식 반박했다.

선관위 대변인은 1월 17일 AFP에 해당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계엄 당일 수원 선관위 연수원에는 중국인이 없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날 이러한 입장을 공식 웹사이트에도 게재했다 (아카이브 링크).

주한미군사령부 관계자도 1월 20일 AFP에 문제가 된 기사 내용은 "전적으로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은 다음날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 공식 계정에 "주한미군, 주일미군, 미 국방정보국, 미 국방부의 어느 누구도 그런 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라며 "이야기 전체가 거짓"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문제 사진이 2025년 1월 5일 일본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블로그 작성자는 하루 전날인 1월 4일 오키나와 나하 군항에서 촬영한 미 해군 고속수송선 괌 함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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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야마모토 히데오가 촬영한 원본사진(우) 비교

AFP는 해당 블로그를 운영하는 73세 일본인 사진가 야마모토 히데오 씨로부터 원본사진을 확보했는데, 원본사진의 메타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이 사진이 2024년 12월 4일 오후 7시 즈음이 아닌 2025년 1월 14일 오전 7시 14분에 촬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야마모토 씨는 1월 29일 AFP에 온라인에 유포된 주장은 "거짓"이라면서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에는 나하를 방문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진 촬영 장소는 코쿠바강 하구에 위치한 나하 군항의 반대편 해안"이라고 밝히면서 1월 4일 아침 나하 군항에 "괌 함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보고 약간 놀라서 잠시 동안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야마모토 씨는 '나하 주민이 촬영한 사진'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며 자신은 나하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도시인 나고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여러 허위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유포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들 주장을 검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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