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온실가스가 온도 상승 초래했다는 과학적 증거 분명'

지난 3월 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기후 영화: 냉정한 진실'은 이산화탄소는 기온 변화를 초래한 적이 없고, 따라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글 자막이 달린 버전도 잇따라 온라인에 공개되며 국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도 이 같은 주장이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다. 다수의 기후 전문가들은 AFP에 역사적 사료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갔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제의 주장은 5월 2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아래는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냉정한 진실> 이것은 터무니없는 환경 공포가 어떻게 강력한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산화탄소(CO2)는 지구 기후 조절에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구름입니다.' 

"구름은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고 단지 햇빛을 우주로 반사할 뿐입니다. 구름의 양과 밀도는 매일매일 극적으로 변합니다. 이는 CO2의 하찮은 영향에 비하면 수백 배는 더 강력합니다."

게시글의 작성자는 다큐멘터리 '냉정한 진실' 시청을 권하며 한국어 자막이 달린 해당 영화의 링크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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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5월 30일 캡처.

잘 알려진 기후 회의론자들이 대거 출연한 다큐멘터리 '기후 영화: 냉정한 진실'은 지난 3월 말 유튜브, 비메오 등 여러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개돼 현재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하고 있다.

곧이어 한글 자막 버전도 공개되면서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널리 공유됐다.

이 영화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가 아닌 태양 활동의 변화라거나 지구가 이산화탄소 "기근" 상태에 놓였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는데, 이들 주장은 이미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들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증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과학사 교수는 AFP에 이 주장들은 "많은 허위 정보들이 그렇듯이 반쪽자리 진실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인간의 영향이 대기와 해양, 육지의 온도를 높인 것은 명백하다"라며 이산화탄소를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알래스카앵커리지대학교의 천문학자 트래비스 렉터(Travis Rector)도 지난 2022년 AFP에 과학자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무엇이 지구 온난화를 초래했는지를 치열하게 분석해 왔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의 증가 외에는 가능한 설명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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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 자료에 따른 1984년에서 2022년까지 대기 중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농도 (AFP / Simon MALFATTO, Sabrina BLANCHARD, Maxence D'AVERSA, Laurence SAUBADU)

급격한 기온 변화

미국 항공우주국이 미 해양대기청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인류는 고작 200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50퍼센트나 증가시켰다.

이렇게 늘어난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 중에 머물며 열을 가둬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데 이로 인해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는 1℃ 이상 상승했다고 IPCC 과학자들은 말한다 (아카이브 링크). 

온실효과는 자연 현상으로 인간이 편안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질소와 산소 그리고 다른 기체들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기층이 지구를 감싸고 있어 태양열이 다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그러나 문제는 이 기층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는 인간의 활동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증가시켜 과도한 태양복사열을 지구로 반사시킨다.

(AFP VIDEOGRAPHICS / Emmanuelle BAILLON)

역사적으로 보면 이산화탄소는 기후 주기의 동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 관측소의 베어벨 호니슈(Bärbel Hönisch) 교수는 온실가스가 "증폭제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는 여러 과학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호니슈 교수는 4월 16일 AFP에 "과거에 이산화탄소가 온도 상승을 주도했는지 증폭했는지는 지금 우리에게는 무관하다"라며 "오늘날 우리는 지질학적으로 기록된 그 어느 시기보다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라몬트-도허티 지구 관측소의 요하난 쿠슈니르(Yochanan Kushnir) 교수도 4월 23일 AFP에 호니슈 교수와 견해를 같이 한다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그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인 약 280ppm에서 20세기 초 300ppm 수준으로, 오늘날 약 425ppm으로 빠르게 상승했다"라며 "이는 지난 80만 년 중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호니슈 교수는 "이산화탄소의 역할이 없었다면" 지구는 "이런 급격한 기온 변화를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궤도주기 

지구는 빙하기를 포함해 긴 시간 극심한 추위를 경험했다. 이는 행성의 축과 태양 주위 궤도의 변동에 의해 촉발된 주기적 현상으로 비록 미미해 보일지라도 이러한 변동은 지구에 도달하는 열의 양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아카이브 링크).

이 궤도주기에 따르면 현재 지구는 냉각기에 접어들고 있어야 한다는 게 호니슈 교수의 설명이다. (아카이브 링크).

그는 "우리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 것은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며 이로 인해 현재 지구의 온도는 정상적인 기대 수준에 비해 더 높다"라고 말했다.

하버드대학교의 오레스케스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오늘날 지구 온난화를 주도하는 수준을 넘어서 궤도 변동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 기후 변동성을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라며 "현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허위 주장을 검증한 AFP의 이전 기사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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