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잘못된 논문 해석... 연구에서 백신 안전성 재확인'

코로나19 백신의 여러 부작용을 밝혀낸 논문이 발표됐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게시글에 언급된 논문의 필진은 AFP에 이번 연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을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여러 전문가들도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는 드물게 보고됐으며 이에 따른 건강상 위험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의 주장은 2월 20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전 세계 8개국(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뉴질랜드, 스코틀랜드)에서 파이저, 모더나, 아스트라 제니카 등의 콜오나빽신을 맞은 99,068,901명 중 42일 내에 부작용에 시달린 사례를 조사한 연구논문이다."

"주요 부작용은 심근염, 심낭염, 길레앙 바르 증후군, 뇌정맥동혈전증, 횡단척수염, 구안와사, 발작, 혈소판 감소증, 급성파종뇌척수염 등이었다."

"지금까지 보건당국과 의학계는 빽신 부작용 사례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접종부위의 발열이나 불편함 정도라고 게거품을 물고 떠들었다. "

"콜오나빽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주장한 세력들은 반드시 천벌을 받을 것이다."

게시글에는 2024년 2월 12일 국제 학술지 '백신'에 게재된 논문 일부를 캡처한 이미지 두 장이 함께 공유됐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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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2월 28일 캡처.

이 논문이나 이를 다룬 언론보도를 인용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엑스, 네이버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 등에 유포됐고, 이와 유사한 주장이 미국프랑스 등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됐다.

그러나 해당 논문 필진과 여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백신 안전성 조사

'글로벌 코로나 백신 안전 프로젝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보건인적서비스부 후원으로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 8개국 백신 접종자 약 1억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2020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42일 내에 보고된 이상사례를 취합해 분석했는데, 연구 범위는 보고된 이상사례 중 13가지 질환으로 제한했다.

코로나19 백신 출시 이전인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 대상 인원과 동일한 인원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각 질환 발병률을 예상치로 설정한 후 예상 수준 대비 1.5배를 초과해 이상사례가 보고된 경우 이를 '특이 상황(safety signal)'으로 간주했다.

백신으로 인해 해당 증상이 발생했는지를 밝히는 '인과성 검증'은 이 연구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심근염, 심낭염, 대뇌 정맥동 혈전증, 길랭-바레증후군, 급성 파종뇌 척수염 등 증상이 관찰됐다. 

다만 연구진은 "길랭-바레증후군, 심근염, 급성 파종뇌 척수염 등의 발생 위험은 백신을 맞았을 때보다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더 높은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라고 논문에 명시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앤더스 피터 히비드(Anders Peter Hviid) 교수는 2월 23일 AFP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얻은 결론은 코로나19 백신이 중병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수의 심각한 부작용은 "드물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의 여러 연구들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심장질환 위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1차, 2차, 3차 접종자들에게서 심근염 증상이 관찰됐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1차, 4차 접종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차 접종자들 가운데는 심낭염 사례가 보고됐다.

심근염은 심장 근육에, 심낭염은 심장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둘 다 흉부 통증을 동반한다 (아카이브 링크).

mRNA 백신이 특히 젊은 남성 층에서 심장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은 이미 프랑스,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2022년 심근염·심낭염과 백신의 인과성이 인정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및 코로나 백신과 심근염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논문 22편을 메타분석한 결과, 코로나19 감염자의 심근염 발병률이 백신 접종자에 비해 7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코로나 백신 안전 프로젝트 연구진이자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산하 Centre for Vaccine-Preventable Diseases 부소장을 역임 중인 제프 퀑(Jeff Kwong) 교수는 2월 27일 AFP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백신이 매우 안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라며 이번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을 만한 근거는 전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백신 이상반응을 겪었다면 코로나19 감염이 백신보다 더 심각한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퀑 교수는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정부의 백신 모니터링 시스템이 드문 이상반응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도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혈전 위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서는 대뇌 정맥동 혈전증 증상이 관찰됐다. 

대뇌 정맥동 혈전증은 뇌의 혈액 통로인 정맥동에 피가 굳어 뇌에서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해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아카이브 링크).

이 병은 백신 접종자 9900만여 명 중 21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세 배보다 많은 69건이 보고됐다.

유럽의약품청은 2021년 4월 혈전증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명시돼야 한다면서도 백신이 이점이 여전히 위험보다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카이브 링크).

같은 해 우리나라 질병당국도 백신 접종 후 4일에서 6주 사이에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이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홈페이지 게재했고, 캐나다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라벨에 혈전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접종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신경질환 위험

한편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자 중 길랭-바레증후군 사례가 예상치 76건, 보고 건수 190건으로 "통계적으로 상당한 증가"를 보였다고 밝혔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면역반응에 의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아카이브 링크).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자들사이에서는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 예상치 2건보다 다소 높은 7건으로 나타났다.

치사율 높은 신경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은 백신을 맞아 생긴 항체가 자신의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바이러스 단백질로 오인해 이를 파괴해서 발생하기도 하는데 백신 개발기술이 발전하면서 예방접종 후 발생률도 감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이브 링크). 

다만 이 질환과 관련해서는 연구진은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도 백신과의 잠재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명시했다.

러시아 공영방송 RT는 2월 19일 "연구 결과: 코로나 백신 맞으면 신경 질환 위험 증가"라는 사실을 오도하는 헤드라인을 게재했다가 이후 제목을 수정했는데, 수정 전 기사 캡처본이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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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2월 26일 캡처.

하비드 교수는 이 연구가 신경질환과 백신 간의 "인과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연구 규모를 감안하면 이번에 우리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미세한 잠재적 위험"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특이 상황이 발견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백신 1차 접종 후"였으며 "2차 접종부터는 특이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고, 더 널리 사용된 화이자 백신은 특이 상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카트린 월레스(Katrine Wallace) 전염병학 부교수는 이 논문에서 백신 접종자 대부분은 이상 반응이 "전혀 없거나 발열, 오한, 피로, 두통 등 자기 제한적이고 경미한 수준이었다"라고 명시한 부분을 언급하며, 백신 반대파들이 이 논문을 "역대급 폭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또한 백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드문 이상사례의 경우 임상실험에 최소 백만 명이 참가하지 않으면 발견될 수 없기 때문에 백신이나 의약품이 시판에 들어가고 나서 관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허가 후 이상사례 모니터링은 비단 백신뿐 아니라 모든 의약품에 통용되는 매우 정상적이고 투명한 절차"라고 월레스 교수는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AFP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드물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나 백신의 이점이 위험보다 크다고 밝혔으며, 여러 연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산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AFP는 이 외에도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허위 주장들을 검증해 왔다. 관련 기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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