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뉴스 화면에 기반한 허위 주장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들어간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면허박탈을 예고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부에 경고를 보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각각 김정은 위원장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뉴스 방송 화면이 공유됐는데, 화면 자막 속 두 사람의 발언이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이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담은 화면은 조작된 것으로, 북한 매체가 2017년 9월 공개한 사진에 허위 자막을 합성한 것이다. 

문제의 주장은 2024년 2월 23일 "저는 찬성 반대를 주장하는것이 아니라 어떻게 김정은의 발언과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조사까지 같은지를 지적하는겁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두 개의 뉴스 방송 화면이 공유됐는데, 상단에는 "이를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다"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자막이, 하단에는 "단 한 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이를 의사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라고 발언하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의 모습이 담겼다. 

이미지 상단에는 "두사람의 발언이 우연의일치?"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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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월 29일 캡처.

이 주장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표를 내고 단체행동에 돌입하기로 결정하자 정부가 의료법에 따른 면허 박탈 가능성을 시사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뒤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아카이브 링크).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그리고 뽐뿌, 개드립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유됐다. 

게시글에 남겨진 댓글을 통해 여러 사용자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는 사진을 실제 뉴스 보도 장면으로 오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사용자는 "발언문구를 코치받은 거 같네요"라고 적었고, 다른 한 사용자는 "발언이 복붙 수준이네. 북한에 기는 의협"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담은 화면은 조작된 것으로,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허위 자막을 삽입한 것이다.

조작된 방송 화면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화면은 북한 대외용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017년 9월 22일 김 위원장 성명과 함께 공개한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조작된 뉴스 화면(좌)과 연합뉴스 보도에 실린 조선중앙통신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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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뉴스 화면(좌)과 연합뉴스 보도에 실린 조선중앙통신 사진(우) 비교

김 위원장이 이날 내놓은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데 대한 반응으로 분석됐다. 

김 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라고 부르며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이 이어 발표한 한국어, 영어 성명 전문 어디에도 조작된 뉴스 화면 속 자막과 일치하거나 유사한 표현은 찾을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조작된 화면의 자막은 MBN 뉴스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형태를 띠는데, MBN이 2017년 김 위원장 성명과 관련해 낸 실제 보도에는 해당 내용의 자막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카이브 링크).

의협 비대위 발언

한편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모습이 담긴 화면은 MBN의 2024년 2월 18일 자 뉴스 방송 속 한 장면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사진(좌)과 2024년 2월 18일 자 MBN 뉴스 보도 화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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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사진(좌)과 2024년 2월 18일 자 MBN 뉴스 보도 화면(우) 비교

앞서 정부가 근무 중단을 예고한 전공의들의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자 의협 비대위는 이날 회의를 개최한 뒤 정부의 이런 경고를 '겁박'이라고 규정하며 전공의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의협 비대위 브리핑은 YTN, 매일경제, 의협신문 등 다수의 국내 언론 보도에도 실렸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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