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위조된 귀화 증명서'

사진 한 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망명을 위해 취득한 미국 시민권 증명서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여러 미국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사진 속 문서는 위조된 것으로, 실제 귀화 증명서가 아니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12월 6일 "미국 시민권자 젤렌스키. 미국으로 토껴서 챙긴 돈으로 여생을 편안히 보내려고?"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 공유됐다. 

사진 속 문서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진과 인적사항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3년 9월 20일 뉴욕에서 미국 이민귀화국 주관 하에 '충성 서약'을 마치고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내 거주지는 '플로리다주 비로비치'로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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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1월 16일 캡처.

동일한 사진이 유사한 주장들과 함께 지난 12월 러시아, 폴란드, 프랑스, 세르비아 등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당 주장의 출처는 2023년 11월 29일 '디씨 위클리'라는 웹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로 추정된다.

'전례 없는 美 젤렌스키 감싸기에 비난 빗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블룸버그 통신 기자 제시카 데블린(Jessica Devlin)이 작성한 것으로 표기돼 있으나, AFP는 해당 정보와 일치하는 기자를 찾을 수 없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에 따르면 디씨 위클리는 2016년 러시아로 이주한 미 해병대원 및 보안관 출신이 만든 웹사이트로, 존재하지 않는 기자 이름과 사진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허위 정보를 여러 차례 게재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디씨 위클리 기사에 사용된 기자 사진이 2013년 Jewish Telegraphic Agency라는 웹사이트에 실린 게시글의 기고자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기고자의 이름은 주디 배탤리언(Judy Battalion)으로 "뉴욕에 기반한 작가"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배탤리언은 12월 21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디씨 위클리 기사는 본인이 쓴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나는 이 매체에 대해 들어본 적도, 그쪽과 연락한 적도 없다. 내 사진은 내 허락 없이 도용됐다"라고 말했다.

위조 증명서

여러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씨 위클리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미국 귀화 증명서 역시 위조된 것이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스티브 예일-로어(Steve Yale-Loehr) 이민법 교수는 12월 22일 AFP에 "실제 귀화 증명서에는 증명사진 옆에 서명이 있는 반면 이 증명서에는 서명이 누락됐다"라고 말했다. 

예일-로어 교수는 이어 "실제 증명서에는 미국 이민귀화국 등록번호가 보통 세 글자마다 띄어쓰기되어 있지만 사진 속 증명서는 그렇지 않다"며 증명서 상단에 있어야할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명도 위조된 증명서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민 전문 변호사인 마친 무신스키(Marcin Muszynski)는 2023년에 발급된 모든 증명서에 우르 멘도자 자두(Ur Mendoza Jaddou) 미국 이민귀화국 국장의 서명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귀화 증명서라고 주장된 문서에는 헤일리 번즈(Haley Burns)라는 사람의 서명이 기재됐다.     

한편 키워드 검색을 통해 뉴욕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발급된 실제 귀화 증명서 예시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도 온라인상에 공유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증명서와는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뉴욕에서 발급된 실제 증명서에는 발급 장소가 "New York, New York"으로 표기된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귀화 증명서라고 주장되는 문서에는 "New York City, New York"으로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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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의 귀화 증명서라고 주장된 문서 사진(좌)과 뉴욕에서 발급된 실제 증명서(우) 비교

미국 이민 전문 변호사 아그니즈까 피아세스카(Agnieszka Piasecka)는 12월 22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탬파에서 접수된 귀화 신청서는 뉴욕이 아닌 플로리다에서 처리된다고 말했다.

증명서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내 거주지로 표기된 비로비치우편번호는 32960인데, 미국 이민귀화국 사무소 검색을 통해 해당 지역 관할 사무소는 탬파가 아닌 플로리다주에서 정반대 편에 위치한 웨스트팜비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여기).

미국 이민귀화국의 설명에 따르면 각 귀화 증명서에서는 빨간색으로 인쇄된 고유번호가 있다 (아카이브 링크). 

젤렌스키 대통령의 가짜 증명서에 인쇄된 번호는 '35701632'인데, 번호가 35로 시작하는 경우 해당 증명서는 2013년에 발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카이브 링크).

무신스키 변호사는 "인증서 번호가 35,XXX,XXX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하며 2023년 9월 뉴욕에서 발급된 증명서 번호는 모두 44,921,XXX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증명서에 기재된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일반적으로 미국에 귀화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하거나 시민권자와 결혼한 경우 최소 3년 이상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하는 등 일정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아카이브 링크).

문제의 주장과 관련해 AFP는 미국 이민귀화국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즉각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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