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영화 홍보 차원으로 제작된 딥페이크 영상
- 입력 월요일 2024/01/16 04:51
- 3 분 읽기
- SHIM Kyu-Seok, AFP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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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은 2023년 11월 26일 "윤석열 - 부정선거 수사하겠다"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마스크를 쓴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에 관해 수사를 발표하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공유됐다.
동일한 영상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실제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신뢰할만한 보도나 발표 등은 찾을 수 없었다.
해당 영상은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루는 영화를 홍보하는 차원으로 제작된 것으로, 2022년 11월 대통령실 약식 기자회견 영상에 가짜 음성을 합성한 것이다.
홍보 영상
1만 이상의 조회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전격 발표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 답변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윤 대통령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축으로 제작한 부정선거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왜(歪): 더 카르텔'을 시청한 뒤 의혹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명 배춧잎 투표지, 좌우 여백 비대칭 투표지, 일장기 투표지, 화살표 투표지 등 민 전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투표지 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4.15 총선이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을 이어간다.
그러다 1분 1초 부분에 영상이 끊기면서 "꿈이었네"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이후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해당 다큐멘터리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같은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이 다수 공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21년 12월 공개한 사실 확인 자료를 통해 영상에서 언급되는 여러 투표지 조작 의혹을 일일이 반박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투표지가 일부 겹쳐 인쇄되거나 도장이 뭉그러진 투표지, 화살표 모양이 붙은 투표지 등은 출력 오류 및 투표사무원의 부주의로 나타난 결과로 가짜 투표지가 대량으로 투입된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일부 의혹은 민 전 의원이 낙선한 뒤 낸 21대 총선 무효소송에서도 증거로 제시됐는데, 대법원은 현장 검증, 투표지에 대한 감정 결과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판단을 내리며 2022년 7월 소송을 기각했다 (아카이브 링크).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원고가 위조됐다고 주장한 투표지는 모두 선관위가 정당한 선거인에게 교부한 것임이 확인됐다"며 민 의원 측 주장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그칠 뿐, 선거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도어스테핑 영상
키워드 검색을 통해 조작된 영상은 대통령실이 2022년 11월 28일 공개한 "제61회 도어스테핑" 영상의 일부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원본 영상에는 11월 18일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마스크와 노란 넥타이를 착용한 윤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를 비롯한 해외 순방과 정상외교에 대한 소회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이 담겼는데, 영상 어디에도 부정선거와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은 유튜브에 공유된 부정선거 관련 조작 영상(좌)과 제61회 도어스테핑 영상(우) 속 여러 장면을 비교한 것이다.
'도어스테핑'이라는 용어로 알려진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이 진행된 것은 이날이 마지막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MBC를 "악의적"이라고 언급한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출입기자 사이에 언쟁이 붙자 대통령실은 21일 도어스테핑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카이브 링크).
KBS와 MBC가 촬영 및 공개한 이날 도어스테핑 영상에도 선거와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딥페이크 음성
AI 전문가들은 유튜브에 공유된 조작된 영상을 두고 인공지능 기반 영상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가 일부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숭실대학교 전자정보공학부 정수환 교수는 1월 10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딥페이크 음성을 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일부 딥페이크 음성 사용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정 교수는 영상 속 음성이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딥페이크 등을 결합해 제작한 것일 수 있다"라며 "마스크 영상을 사용한 것은 립싱크가 안 맞는 것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권태경 교수 역시 딥페이크 탐지 모델을 통해 실험해 본 결과 조작된 영상은 실제 영상에 가짜 음성을 입혀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권 교수는 "탐지기들이 real과 fake 판정을 교차로 나타냈다"라며 "딥페이크 음성과 기존에 존재하던 영상을 짜깁기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부정선거와 관련된 허위 사실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여러 차례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해당 주장들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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