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문서... 요트 중개업체 '해당 요트 팔린 적 없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3년 10월 호화 요트 두 척을 구입했다는 주장이 매매 계약서로 보이는 문서들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계약서에 승인기관으로 적시된 요트 협회는 AFP에 해당 문서에 사용된 양식은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예전 양식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제의 요트들을 매물로 내놓은 요트 중개업체들은 해당 요트들은 팔린 적이 없고 아직도 미매각 상태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러시아에 우호적인 전쟁 관련 허위 정보가 온라인상에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이중 상당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관련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외 도피를 위해 요트 두 척을 구입했다는 주장이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확산됐다.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클레이튼 모리스는 2023년 11월 말 아내 나탈리 모리스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리댁티드'라는 온라인 방송에서 이 주장을 언급했는데, 리댁티드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된 해당 영상은 미국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이후 유사한 주장이 국내에도 퍼졌는데, 리댁티드를 인용한 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1만 4000회 이상을 기록했다. 

아래는 이 영상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나라를 철저히 망가뜨리고 패전에 직면한 젤렌스키가 해외로 튈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젤렌스키가 구매한 요트 가운데 첫 번째는 세르히 셰피르(Sergiy Shefir) 명의로 산 '마이 레거시(My Legacy)' 호입니다. 구매날짜가 2023년 10월 25일로 돼 있습니다. 가격은 4975만 달러입니다."

"젤렌스키가 구매한 또 다른 요트는 '럭키 미(Lucky Me)'입니다. 보리스 셰피르(Boris Shefir) 명의로 구매했는데 가격은 2490만 달러입니다."

세르히 셰피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임고문으로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 출연한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였다. 그의 형인 보이스 셰피르는 방송 및 영화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내레이션이 나오는 동안 화면에는 2022년 12월 미 의회를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미국 뉴스채널 MSNBC 방송 장면과 요트 매매 계약서로 보이는 문서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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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유튜브 영상 스크린샷. 2024년 1월 17일 캡처.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의 역외 탈세 내역을 취재해 작성한 '판도라 페이퍼스' 문건에서 언급됐는데, 당시 AFP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역외회사를 통해 런던 소재 고급 부동산을 매입한 후 2019년 당선 직전에 자신의 역외회사 지분을 세르히 셰피르에게 양도했다 (아카이브 링크). 

최근 불거진 호화 요트 구입 의혹과 관련해 우크라이라 대통령실은 BBC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일가족은 "어떠한 요트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소유한 적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리댁티드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원본 영상은 이미 삭제됐지만 비트슈트, 틱톡 등 다른 동영상 플랫폼에 이미 공유된 영상들과 영상 대본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엑스, 네이버 블로그, 디시 인사이드 등에도 공유됐다.

위조문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트 매매 계약서라고 주장된 문서 상단에는 '지중해 요트 중개인 연합이 승인한 동의 서약서'를 의미하는 "Memorandum of agreement approved by the Mediterranean Yacht Brokers Association"이라는 영어 문구가 쓰여 있다.

하지만 프랑스 법인공시시스템에 등재된 정보에 따르면 2008년 해당 협회의 공식 명칭은 'MYBA The Worldwide Yachting Association'으로 변경됐다 (아카이브 링크).

문서에 찍힌 협회 로고 역시 예전 것으로, 이와 유사한 모양의 로고는 2014년 8월까지만 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협회의 제인 애딩턴-브루머(Jane Adlington-Brumer) 사무총장은 1월 15일 AFP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사용하는 로고는 2021년부터 사용됐다"라며 온라인상에 유포된 요트 매매 계약서 양식은 "분명히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요트 매매 계약서(좌)와 요트 협회 홈페이지(우) 스크린샷을 비교한 것인데 협회 이름과 로고가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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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요트 매입증서 스크린샷(좌)과 협회 공식 홈페이지 스크린샷(우) 비교

또한 위조된 매매 계약서 양식이 협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2005년 버전 양식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딩턴-브루머 사무총장은 이전 양식은 "협회가 더 이상 승인하지 않는 양식"이라고 덧붙였다.

미매각 요트

'마이 레거시'와 '럭키 미'를 각각 매물로 내놓은 요트 중개업체 Burgess와 BehneMar에 따르면 두 요트 모두 아직 팔리지 않은 상태다.

Burgess 관계자 니키 페리디스(Nicci Perides)는 1월 8일 AFP에 "'마이 레거시'는 Burgess의 단독 매물로 아직도 판매 중이며 매각된 적이 없다"라고 전했다. 

BehneMar 관계자도 1월 10일 온라인상에 퍼진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BehneMar의 단독 매물인 '럭키 미' 역시 아직 미매각 상태라고 밝혔다.

'마이 레거시'와 '럭키 미'는 각각 해당 중개업체 웹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것으로 1월 19일 확인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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