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파리 대리점 운영사 '사실 무근... 구매명세서도 허위'
- 입력 월요일 2024/07/2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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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éo MARIE-COURTOIS, AFP 프랑스, AFP 한국
- 번역 및 수정 Rob LEVER , Hailey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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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은 7월 2일 '[뉴스] 우거한국 젤렌스키 여사 부가티 구입해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투르비옹 사진과 차량 구매명세서로 보이는 문서를 촬영한 사진이 게재됐다.
이 주장은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데 이어 부가티가 초부유층을 겨냥한 신차를 출시한 뒤 유포되기 시작했다.
유사한 주장이 엑스 여기, 여기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도 게재됐고 프랑스어, 그리스어, 포르투갈어, 슬로바키아어 등 여러 언어로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 허위정보 네트워크
일부 게시글에는 'Verite Cachee France'(숨겨진 진실 프랑스)라는 이름의 프랑스어 웹사이트에 게재된 기사 링크가 공유됐는데, 영국의 비영리 단체 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산하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웹사이트는 러시아 정부와 연계돼 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도메인 정보 검색 서비스 '후이즈'를 통해 이 웹사이트가 문제 주장이 게재되기 불과 며칠 전인 2024년 6월 22일 생성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미 사이버보안업체 '레코디드 퓨처'는 이 웹사이트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해 친러시아 메시지를 유포하고 "합법적인 프랑스 언론 매체의 기사를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를 이용해 표절 및 조작"하는 카피캅(CopyCop) 캠페인에 이용됐다고 분석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문제의 주장은 프라브다 계열 웹사이트에도 게재됐는데 프랑스 총리실 산하 디지털 감시 기구인 비지눔(Viginum)에 따르면 이들 웹사이트는 '프라브다'라는 이름 뒤에 프랑스나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의 도메인을 달고 현지 언어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허위정보를 유포한다 (아카이브 링크).
러시아어로 '진실'을 뜻하는 '프라브다'(Pravda)는 소련 시절 공산당 기관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프라브다 웹사이트는 급조한 느낌이 역력했는데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Le Parisien)과 라 크루아(La Croix)의 기사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글도 여럿 게재되어 있고 편집 과정에서 쓴 내부 메모들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중에는 "보수적인 시각을 반영해서 기사를 다시 써라"라거나 "문맥적인 부분에서 공화당원, 트럼프, 드산티스, 러시아는 좋고 민주당원, 바이든, 우크라이나 전쟁, 대형 제약산업은 나쁘다는 점을 유념하라"라는 등의 메모도 있었다.
허위 구매명세서
부가티 로고가 찍힌 구매명세서 사진이 허위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는데, 이 문서에는 젤렌스카 여사가 2026년에 차량을 인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가격은 별도의 통화 표시 없이 4,462,400이라고만 쓰여 있다.
부가티 파리 대리점의 운영사를 소유한 카 러버스(Car Lovers) 그룹은 7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젤렌스카 여사가 투르비옹을 구입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이 거래의 존재와 이 청구서의 존재 모두 강력하게 부인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이어서 "구매명세서에는 필수 법적 고지가 누락됐을 뿐만 아니라 차량 가격도 잘못 기재되어 있고, 옵션 가격과 설명도 부정확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기업 이미지(CI)도 예전 것"이라고 지적하며 당사는 "이런 문서가 발급되도록 절대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구매명세서에 기재된 대리점 주소의 오탈자, 부가가치세 등 필수 기재사항 누락, 프랑스가 아닌 호주 은행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번호가 기재된 점 등 문제점도 발견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부패 프레임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반가량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전쟁으로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 지속적으로 유포돼 왔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을 담당했던 괴벨스가 소유했던 별장을 매입했다는 주장, 젤렌스카 여사가 프랑스 니스 지역에서 도피 중이라는 주장, 젤렌스키 대통령이 호화 요트를 구입했다는 주장 등이 허위임을 AFP는 취재를 통해 검증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정부패에 맞서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의 역외탈세 내역을 취재해 작성한 '판도라 페이퍼스' 문건에서 언급되면서 이러한 이미지가 실추됐다 (아카이브 링크).
당시 AFP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2년부터 역외회사를 설립해 이를 통해 런던 소재 부동산 3채를 매입했는데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공격적인 행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허위 주장을 검증한 AFP 기사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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