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부적합한 논문에 기반한 허위 주장'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 건 중 70퍼센트가 화이자 백신 접종 후 10일 이내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이 게시글들은 온라인 저널에 게재된 한 논문을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논문에서 여러 결함이 발견됐으며 논문에서 제기된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백신 안정성 연구에서도 백신 접종에 따른 전체 사망률 증가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12월 19일 '코로나 진실규명 의사회'라는 단체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아래는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연구: 일본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자 중 70%가 주사 후 10일 이내에 보고되었습니다."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이전에도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를 여러 차례 게재한 바 있는 '내추럴 뉴스'라는 웹사이트를 인용하며, 해당 매체의 2023년 12월 17일자 기사를 국문으로 번역해 공유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 기사에는 "일본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64세 이하 사람들 대부분이 백신 접종 후 10일 이내에 사망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큐어어스 저널에 발표됐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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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코로나 진실규명 의사회'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 스크린샷. 2024년 1월 8일 캡처.

동일한 주장은 페이스북, 엑스, 네이버 밴드네이버 카페 등에도 공유됐으며,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 해외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여러 전염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부적합한 논문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논문은 "일본 성비에 따른 BNT162b2 mRNA 코로나19 백신과 예방접종 후 10일 내 발생한 사망 간의 연관성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동료평가를 완료했다는 표식과 함께 2023년 12월 7일 온라인 저널 큐어어스에 게재됐다 (아카이브 링크).

화이자 백신 접종 후 10일 이내 신고된 사망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필진은 남녀 모두 사망 시기는 접종 후 10일 이내에 집중돼 있었으나, 코로나19 백신이 전체 사망률에 유의미한 증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힌 일본의 다른 논문을 반박하기에는 수치 자체가 너무 낮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백신에 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취지로 설립돼 현재는 해산된 '코비나비' 프로젝트 구성원인 키노시타 타카히로(Takahiro Kinoshita) 응급진료 및 외상 전문의는 AFP에 소셜미디어상에 퍼진 잘못된 주장은 논문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백신과 이상 반응 간의 인과성이 의심될 경우에만 이를 보고하도록 되어있는 데다 의사들이 보통 백신 접종 직후에 발생한 이상반응만 보고하는 경향이 있어 이 논문에 사용된 사망자 수를 종합적인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키노시타 전문의의 설명이다. 

그는 2023년 12월 21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의사들은 예방접종 후 10일 이내에 접종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에만 이를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따라서 예방접종 후 초기에 접종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나중에 사망할 가능성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큐어어스는 크게 영향력 있는 저널이 아니며 큐어어스에 실린 이 논문 역시 그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전염병 전문가들 역시 이 논문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레이나 맥인타이어 (Raina MacIntyre) 글로벌 생물보안 교수는 2023년 12월 21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논문은 백신 관련 사망자 수가 아닌 전 원인 사망자 수를 분석했다고 언급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전 원인 사망에는 각종 질병, 합병증, 유해물질 노출 등으로 인한 사망이 집계에 포함된다. 

맥인타이어 교수는 "이 연구가 분석한 사망 건 대부분은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는데,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이자 질병 중 하나로 65세 미만 남성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논문의 연구 기간인 2021년 초에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자로 분류됐는데, 백신 접종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글로벌보건센터장을 역임 중인 천후이 치(Chunhuei Chi) 교수는 2023년 12월 21일 AFP와 인터뷰에서 이 논문에 '일본 내 화이자 백신 접종자 수'가 빠졌다고 지적하며, 이런 핵심적인 수치가 누락되어 논문이 잘못 해석될 소지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치 교수는 "백신 접종 후 11일 이후 백신의 효과라든지 성 편향이 사망 신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점 등 논문의 여러 한계점을 필진도 인정했는데, 이러한 한계점이 연구에 사용된 증거나 결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의 윌리엄 샤프너(William Schaffner) 예방의학 교수는 대조군이 없었던 점도 연구의 "중대함 결함"이라고 지적하며 "더 철저한 분석을 위해서는 유사한 나이, 성별, 기저 만성 질환 분포를 가진 비접종자 그룹과 비교 연구를 진행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홍콩대학교 싯다르트 스리다르(Siddharth Sridhar) 미생물학과 교수는 샤프너 교수가 설명한 연구방법론적 편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사망률이 올라갔다고 주장하는 대다수의 연구 논문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싯다르트 교수는 2023년 12월 22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더 나은 동일집단 연구들에 따르면 백신 접종에 따른 전 원인 사망률 증가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덧붙였다.

키노시타 전문의와 맥인타이어 교수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수백 건의 백신 안정성 연구에서 전 원인 사망 위험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백신은 2021년도 한 해에만 1,440만 생명을 살리는데 기여했다며 백신의 효과와 안정성을 강조해 왔다 (아카이브 링크).  

이전에도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잘못된 주장이 온라인상에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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