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나무젓가락 소지 주장은 오보... 범행 도구는 개조된 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 2일 흉기 습격을 당한 가운데, 범행에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과 같은 도구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몇몇 게시글은 범행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공유하며 용의자가 범행 당시 칼을 왼손에 소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젓가락으로 이 대표를 찔렀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용의자는 개조된 등산용 칼을 사용했다고 밝혔으며 이 대표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 역시 이 대표의 상처가 칼에 의한 자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게시글에 공유된 사진 속 칼을 왼손에 든 인물은 용의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흉기를 수습한 경찰관이다.  

문제의 주장은 이 대표가 흉기 습격을 당한 다음 날인 1월 3일 "왼손에는 칼,오른손에는 나무젓가락. 나무젓가락으로 1cm 기스나서 헬기타고 서울로 왔냐? 머리에 띄 표시하고 신호를 준거냐?"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 공유된 세 장의 사진 중 좌측 사진에는 오른손에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건을 든 용의자가 모습이 담겼는데, 물건 옆에는 "이게 칼?"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우측 상단 사진에는 명확히 칼로 보이는 물건을 왼손에 쥔 사람과 "범행전 왼손에 칼들고 있음"이라는 문구가, 우측 하단 사진에도 칼을 든 손과 "즉, 범인은 오른손에는 나무젓가락, 왼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는 이야기임"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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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1월 4일 캡처.

이 대표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김 씨로 알려진 60대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당했다 (아카이브 링크).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이 대표는 습격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입원했다가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엑스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범행 도구는 개조된 칼

이 대표가 흉기가 아닌 다른 물건으로 습격당했다는 주장이 몇몇 언론 보도에 실리는 등 온라인상에 확산하자 경찰은 "나무젓가락 등 다른 물건으로 찔렀다는 기사가 있는데 해당 보도는 오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카이브 링크).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김 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의 등산 칼이며, 김 씨는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칼자루를 제거한 뒤 손잡이 부분에 무언가를 감았다. 

경찰은 이어 "압수한 흉기를 감정한 결과 칼에 묻은 혈흔과 이 대표의 혈흔이 일치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의 수술을 담당한 서울대병원 의료진 역시 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당시 이 대표의 왼쪽 목에 칼로 인한 1.4㎝의 자상이 있었으며, 속목정맥이 찢어져 봉합 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피습 현장에서 초기대응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류삼영 전 총경은 AFP에 용의자가 제압되면서 칼 이외의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당시 자신이 확인한 이 대표의 상처는 칼에 의한 가격으로 생긴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현장 사진

페이스북 게시글 속 범행 전후로 칼을 들고 있는 용의자의 모습이라고 주장되는 사진 속 인물은 이 대표 피습 용의자가 아니라 사건 발생 뒤 흉기를 수습한 경찰관이다. 

우측 상단의 사진은 서울신문 김주환 기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이 대표 피습 사실을 알린 1월 2일 자 서울신문 기사에 실린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김 기자는 1월 3일 AFP와 통화에서 "사진 속 칼을 든 인물은 용의자 본인이 아니라 용의자 제압 과정에서 흉기를 수습한 경찰관"이라며 자신은 현장에서 해당 흉기 외의 무기, 혹은 젓가락 등은 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게재한 원본 사진은 사진 속 인물들의 신분 보호를 위해 얼굴 부분이 잘렸다는 게 김 기자의 설명이다. 

원본 사진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 부산 김주환 기자"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게시글 속 우측 상단 사진(좌)과 서울신문 김주환 기자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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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게시글 속 좌측 상단 사진(좌)과 서울신문 김주환 기자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 비교

사진 속 칼을 든 인물은 주머니가 있는 짙은 남색 바지를 착용하고 있는데, 연합뉴스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검거 당시 용의자는 회색 바지를 입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피습 영상

페이스북 게시글 속 좌측의 사진은 이 대표 지지자 유튜브 채널 '정양일TV'의 1시간 1분 10초 부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장면은 피습 뒤 현장에 있었던 경찰 및 이 대표 수행원들이 용의자를 제압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용의자 오른손에 흉기로 추정되는 물건이 들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게시글 속 좌측 사진(좌)과 이에 해당하는 정양일TV 유튜브에 중계된 원본 영상 속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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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게시글 속 좌측 사진(좌)과 이에 해당하는 정양일TV 유튜브에 중계된 원본 영상 속 장면(우) 비교

한편 페이스북 게시글 우측 하단 사진 역시 이 대표 지지자 유튜브 채널 '김운선TV'에 중계된 영상의 56분 52초 부분과 일치하는데, 용의자가 제압된 뒤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흉기를 수습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부분에는 용의자를 제압하던 한 인물이 "여기 칼 찾았다"라고 외치며 칼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속 우측 하단 사진(좌)과 이에 일치하는 김운선TV에 중계된 영상 속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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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속 우측 하단 사진(좌)과 이에 일치하는 김운선TV에 중계된 영상 속 장면(우) 비교

수습된 흉기를 들고 있는 경찰관의 모습은 영상의 57분 12초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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