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담당 수의사 '영상 속 가축, 사이안화수소 중독으로 폐사...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무관'

집단으로 폐사한 가축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사망한 소 떼를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영상 속 집단 폐사 사건을 수사한 수의사에 따르면 이 소들은 독성 화합물이 발견된 작물을 섭취한 뒤 폐사하거나 쓰러졌으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다.

문제의 영상은 2023년 6월 6일 "북부 이탈리아. 정부가 와서 소에게 CV19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죽어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었을 때 그 결과를 보십시오"라는 글귀와 함께 텔레그램에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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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담긴 텔래그램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6월 16일 캡쳐.

동일한 영상이 유사한 주장과 함께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그리고 페이스북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해당 영상과 일치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들이 2022년 8월 이탈리아 토리노(Torino)시 인근의 소마리바 델 보스코(Sommariva del Bosco)라는 마을에서 50마리의 소들이 집단 폐사한 사건을 보도한 이탈리아 현지 매체 기사에도 인용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AFP도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냈는데, 보도에 따르면 소들은 청산 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아카이브 링크).

사이안화수소(hydrogen cyanide)로도 알려진 청산(prussic acid)은 수수와 같은 작물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듀린(dhurrin)이라는 물질이 가수분해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건 현장에서 채취된 작물에는 비상적으로 높은 농도의 듀린이 발견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실험동물연구소(Instituto Zooprofilattico Sperimentale) 수의사 스테파노 지안틴(Stephano Giantin) 박사는 당시 AFP와 인터뷰에서 "당시 지속된 가뭄의 영향으로 수수 작물에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듀린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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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6일 50 마리의 소가 집단 폐사한 이탈리아 토리노 인근의 소마리바 델 보스코 마을에서 수수 작물 샘플을 채취하는 스테파노 지안틴 박사 ( AFP / Marco Bertorello)

지안틴 박사는 듀린 섭취로 인해 사람이나 가축이 사망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가뭄으로 인해 작물 성장이 부진할 경우 작물 내 듀린의 농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지안틴 박사는 2023년 4월 31일 AFP와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영상 속 가축들이 코로나19 백신을접종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 가축들은 접종된 이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채취한 물질을 분석한 결과 소들은 "사이안화수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지안틴 박사의 설명이다.

일부 가축들은 작물을 섭취한 지 얼마 뒤 사망했지만, 전문가들이 사이안화수소 중독의 해독제로 사용되는 티오황산염(sodium thiosulfate)을 주사해 약 30마리의 소를 구조할 수 있었다고 전해졌다.

같은 여름 피에몬테(Piedmont) 지역의 세 곳 농장에서 가축이 폐사하는 등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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