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촬영된 사진... 파쇄 업체 대표 '선관위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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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3/06/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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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사진 한 장이 전·현직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파쇄한 서류 잔해를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파쇄된 서류에 2020년 4월 15일 실시된 21대 국회의원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밝힐 수 있는 증거가 담겨 있었다는 내용도 붙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17년 4월 대구에 기반을 둔 보안문서 파쇄 전문 업체의 블로그에 게시된 것으로, 해당 업체 대표에 따르면 선관위와 무관한 문서 파쇄작업의 결과물을 촬영한 사진이다.

문제의 사진은 2023년 6월 12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사진에는 파쇄된 종이로 보이는 물체가 화물차 적재함에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이 담겼는데, 사진 하단에는 "선관위...모든 서류 갈아 엎는중"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다음은 해당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20년 4.15 부정선거 주범인 선관위가 세계에 유래가 없는 범죄....이 범죄집단 선관위가 부정선거 들통날 것 같으니, 수사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니 ㅡㅡㅡ 다른 증거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겠는가?"

문제의 주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이 직무감찰에 착수한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당초 선관위는 감사원의 헌법상 직무감찰대상이 아니라며 감사를 거부했지만 이후 6월 9일 고위 간부 등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서만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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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6월 13일 캡쳐.

동일한 사진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17년 4월 한 보안문서 파쇄 전문 업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게시된 것으로, 해당 업체 대표에 따르면 선관위와 무관한 문서 파쇄작업의 결과물을 촬영한 사진이다.

2017년 사진

네이버 키워드 검색을 통해 현대문서보안공사라는 보안문서 파쇄 업체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를 찾을 수 있었는데, 해당 블로그에는 문서 파쇄 작업을 진행하는 업체 직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여럿 게시돼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이 중 2017년 4월 19일 영남이공대학교의 의뢰로 진행한 파쇄 작업 내용을 기록한 게시글에 페이스북에 공유된 사진과 일치하는 사진이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제21대 총선이 치러지기 이전이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2017년 4월 문서 파쇄 업체 블로그에 게시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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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2017년 4월 문서 파쇄 업체 블로그에 게시된 원본 사진(우) 비교.

게시글에는 원본 사진과 더불어 업체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류 등을 옮기는 모습과 파쇄기를 작동하는 것을 촬영한 사진 세 장과 "대구 영남이공대 보안문서파쇄 의뢰가 들어왔네요. 하나 ss에서 출동. 2톤 정도 되는 양이네요. 2시간 만에 깔끔하게 파쇄 완료"라는 내용의 글이 공유됐다.

별도의 검색을 통해서도 이 블로그에서 선관위가 언급된 내용이나 최종 게시글의 게시일자인 2019년 2월 이후 올라온 게시글은 찾을 수 없었다.

한편 해당 업체 대표는 2023년 6월 15일 AFP와 인터뷰를 통해 이 사진과 관련해서 허위 주장이 공유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해당 사진은 "약 6년 전인 2017년경 선관위와 아무 상관 없는 일반적인 문서 파쇄 작업 당시 촬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 대표는 이어 "그 이전과 이후에도 선관위를 위해 파쇄 작업을 진행한 적은 없다"라며 해당 업체는 주로 대구와 인접한 지역에서만 활동한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는 "우리 블로그뿐만 아니라 경쟁 업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도 이런 사진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라며 "누군가 그럴싸한 사진 하나를 선택해 상관없는 주장과 결부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제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의혹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정치인에 의해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아카이브 링크).

이와 관련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인천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7월 28일 제21대 총선에서 부정 선거나 개표 결과 조작은 없었다며 민 전 의원의 소송을 기각했다 (아카이브 링크).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원고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미흡하다며 "원고의 주장은 선거무효사유에 해당하는 부정선거의 실행 주체의 존부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채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그칠 뿐, 선거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라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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