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ox of the pain-relief medication Nurofen, which contains the anti-inflammatory drug Ibuprofen. ( AFP / JACK GUEZ)

진통제 뉴로펜, 산화그래핀 함유돼 있다? 제조사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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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상이 진통제 뉴로펜(Nurofen)에 산화그래핀이라는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영상에는 뉴로펜 알약을 녹인 물속에 검은색 물질이 떠다니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영상 속 인물은 이 물질이 산화 그래핀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뉴로펜의 제조사 관계자는 뉴로펜 알약에 함유된 검은 물질은 산화된 흑색 철 분말이라고 밝혔다; 흑색 산화철은 의약품과 식품 등에 착색제로 사용되는 염료로,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

문제의 주장은 2022년 4월 12일 "진통제에 들어있는 산화 그래핀. 양약을 계속먹으면 그래ㅍ을 떠 먹는겁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영상에는 한 여성이 뉴로펜 알약을 유리컵에 담긴 물속에 녹인 후 자석을 이용해 액체 속의 검은 물체를 유리컵의 한쪽으로 끌어당기는 장면이 담겨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약에 있는 이 검은 잉크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산화그래핀이었습니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4월 14일 캡쳐.

동일한 영상과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여기여기에도 공유됐다.

뉴로펜(Nurofen)은 영국 일반의약품 및 생활용품 업체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가 제조하는 진통제로,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 판매되는 약품이다. 국내에서 뉴로펜은 허가받지 않은 약물이지만, 뉴로펜의 핵심 성분인 이부프로펜(Ibuprofen)이 함유된 여러 종류의 약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래핀은(Graphene)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튼튼한 소재 중 하나로, 나노의학, 에너지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물질이다. 과거에도 그래핀이 코로나19 백신에 포함됐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도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현재까지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종류의 구성 성분 목록에서도 산화 그래핀이 사용됐다는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AFP는 뉴로펜 알약을 녹인 물이 담긴 유리컵 측면에 자석을 갖다대는 실험을 재현했는데 영상에 등장하는 것과 같이 물속의 검은 물체가 자석 쪽으로 달라붙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검은 물질은 산화그래핀이 아니다.

레킷벤키저 측 관계자는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영상 속에 등장하는 검은 물질은 착색제로 주로 사용되는 산화된 흑색 철(black iron oxide) 분말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뉴로펜 알약에 색소를 첨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는 흑색 산화철로, 이 물질은 식용으로 안전하며 제약회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뉴로펜 알약에 사용되는 색소에는 그래핀이나 이와 유사한 물질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이 색소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받은 물질이다"라고 덧붙였다.

호주 의료제품 등록(Australian Register of. Therapeutic Goods, ARTG) 시스템에 등록된 24가지 종류의 뉴로펜 의약품의 구성 성분 목록에서도 그래핀과 산화그래핀이 사용됐다는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반면이 중 몇 가지의 의약품에 "흑색 산화철(iron oxide black)"이라는 재료가 포함됐다는 기록은 발견할 수 있었다.

호주 연구 협의회 (ARC) 그래핀 연구 허브(Graphene Research Hub)의 소장 두산 로식(Dusan Losic) 교수는 AFP와 인터뷰를 통해 산화 그래핀이 약물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될 수 있지만, 뉴로펜 알약에 그래핀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산화그래핀 입자는 상당한 양이 모여야지만 육안으로 볼 수 있으며, 물에 녹아 있을 경우 영상 속에 등장하는 물질과 같은 검은색이 아니라 노란색이나 갈색을 띠게 된다는 것이 로식 교수의 설명이다.

착색제

한편 호주 식품의약청(Australian 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대변인은 AFP와 통화를 통해 뉴로펜 알약에 함유된 흑색 산화철(iron oxide black)은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흑색 산화철은 알약이나 의약품 캡슐에 흔히 사용되는 착색제며, 함유량 및 품질 안전 기준에 적합할 경우 경구복용 약품에 색깔을 더하기 위해 사용이 허가된 물질이다"라고 말했다.

호주 식품의약청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흑색 산화철을 비롯한 착색제의 사용 기준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매튜 마틴-이버슨(Mathew Martin-Iverson)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약리학 교수 역시 흑색 산화철은 식품이나 의약품에 착색제로 사용되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마틴-이버슨 교수는 "산화철은 사탕, 올리브, 치즈 겉면 등 음식에 착색제로 사용되며, 유럽에서는 E172라는 이름으로 사용이 허가된 물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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