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의 2020년 연설 영상, 최근 에너지 위기로 아내와의 드라이브를 자제하겠다는 가짜 연설로 둔갑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부족 위기가 심화되면서, 인터넷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료난 극복 차원에서 아내 리설주와 함께 하던 심야 운전을 자제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그러나 국영 매체 외에는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는 북한에서 그러한 발언은 정식으로 보도된 적이 없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이 해당 주장과 함께 제시한 김정은의 연설 영상은 실제로는 에너지 위기와 무관한 2020년 북한군 열병식에서 연설 장면이었다. 

우르두어를 사용하는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2026년 4월 15일 김정은의 대중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이 장면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그가 지도자로써 어떤 희생을 감내하려 하는지 밝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요란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 있으며, 실제 김정은의 목소리나 연설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화면에는 그가 높은 연단에 서서 연설하는 모습만 담겨있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참는 듯한 모습으로 감정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우르두어 영상 설명에 따르면 김정은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고 상점은 일찍 문을 닫으라고 지시하며, "국가적 원유부족 위기상황인 만큼 이제는 부인과 함께 밤늦게 장시간 운전을 피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어 자막은 "이 말을 들은 온 인민이 김 위원장의 희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는 북한 인민들이 그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Image
허위 주장이 담긴 X(구 트위터) 게시물. 2026년 5월 12일 캡쳐 후 붉은색 X 표 추가

이번 전쟁은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으로 촉발됐으나,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아카이브 링크).

북한 역시 연료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는데,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최근 국내 연료 가격이 급등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운전자들이 추가 가격 상승에 대비해 연료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이런 상황 속에서 SNS에서는 김정은이 늦은 밤 아내와의 운전을 자제할 것이라는 비슷한 주장들이 확산됐고, 해당 주장은 한국 내X(구 트위터) 일부 이용자들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퍼졌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공식 보도나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의 주요 장면을 이미지 추출하여  구글 역이미지 검색으로 확인한 결과, 이는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열렸던 군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연설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드러났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AFP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열병식에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최신 무기를 공개했으며, 김정은은 당시 기념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눈물"을 언급하며 감정이 격앙된 듯 목소리가 잠시 떨리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그는 연설에서 당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북한 내 확진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고 주장하며, 주민들과 군의 충성과 건강을 거듭 강조하고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이어 북한 매체를 모니터링, 보존하는 KCNA 워치(KCNA Watch) 웹사이트의 키워드 검색 결과, 최근 SNS에서 확산된 문제의 영상은 2020년 10월 10일 북한 국영TV에서 방영된 김정은의 연설 일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카이브 링크).

Image
KCNA Watch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조선중앙방송에 방영되었던 연설 영상 스크린샷.

당시 김정은의 연설을 보면 그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군 장병들과 주민들의 희생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한편,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대 사과를 전하는 등 다소 감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근 SNS에서 확산된 영상이 발췌한 연설 부분을 보면, 실제로 김정은은 "특히 올해에 예상치 않게 맞다든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너무도 미안하고 이 영광의 밤에 그들 모두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우리 군대 장병들이 영광의 이 김일성 광장에 오지 못하고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지켜 방역 전초선과 재해 복구 전선에서 용감히 싸우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우리 당이 걸어온 영광 넘친 75년사를 갈피갈피 돌이켜보는 이 시각 오늘 이 자리에 서면 무슨 말부터 할까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연설 어디에도 일부 SNS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부인과의 심야 드라이브를 자제하겠다는 언급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Image
SNS에서 허위주장과 함께 올라온 군중들의 사진(좌)과 KCNA Watch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조선중앙통신 영상에서 나온 군중들의 모습 스크린샷 비교

AFP는 최근 중동 전쟁과 관련된 여러 허위정보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왔다. 

팩트체크 신청하기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