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상황 풍자한 예술작품... 국제개발처와 무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대외원조 업무 담당 부처인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사진 한 장이 국제개발처가 게재한 광고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사진 속 광고에는 "일론 제거를 도와달라"라는 문구와 국제개발처 로고가 담겼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해당 광고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 미국의 정치 상황을 풍자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 사진은 2월 13일 "워싱턴 DC 길거리에 등장한 광고 '일론 머스크를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공유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이번에 폐쇄된 USAID가 붙여놓은 길거리 광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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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에펨코리아 게시물 스크린샷. 2025년 2월 27일 캡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지출을 대대적으로 삭감하는 임무를 맡은 정부효율부 수장 일론 머스크는 국제개발처를 사실상 폐쇄하고 해당 기능을 국무부로 통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연방기관인 국제개발처는 거버넌스, 식량, 의료 등 여러 부문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해외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이달 초 연방공무원노조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자금 동결을 일시적으로 해제하고 추가적인 직원 정직·해고를 중단하라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으나 이후 결정을 선회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이에 따라 만여 명에 이르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해고나 휴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Thom Tillis) 상원의원은 2월 13일 문제 사진에 등장하는 광고판 앞에서 촬영한 영상을 엑스에 게시했는데, 정부가 이 광고 게재를 승인했는지는 확실지 않다며 단순히 기관 로고가 사용된 광고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사진 속 광고판 상단에는 워싱턴 교통부와 인근 지역 정부가 공동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프로그램 '캐피털 바이크셰어' 로고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틸리스 의원은 영상에서 매사추세츠 애비뉴 NW 400번지 인근에 광고가 게재돼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주소에서 가장 가까운 캐피털 바이크셰어 정거장 매사추세츠 애비뉴 NW와 5번가 교차로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AFP 기자가 그리니치표준시 기준 2월 13일 오후 4시경 (한국시간 기준 익일 오전 1시) 그곳에 직접 가보니 광고와 광고판은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해당 위치에서 보았을 때 광고판이 있던 곳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들이 틸리스 의원이 올린 영상에 등장하는 건물들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래는 틸리스 의원 영상과 AFP 기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비교한 것이다. 일치하는 부분을 같은 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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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4일 캡처한 엑스 게시물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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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3일 촬영한 매사추세츠 애비뉴 NW와 5번가 사이에 위치한 캐피털 바이크셰어 정거장 사진 (AFP / Daniel Patrick GALGANO)

워싱턴 교통부 대변인은 2월 14일 AFP에 매사추세츠 애비뉴 NW와 5번가 교차로에 "불법으로 설치된 포스터와 광고판을 신속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광고에 대해 "워싱턴 정부는 제작, 자금 지원 또는 허가한 바 없다"라며 "유사한 이미지가 발견될 경우 311로 신고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유사한 주장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 여기, 여기, 여기 등에도 공유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풍자 예술작품

문제 사진 속 광고 디자인이 뉴욕에 활동하는 예술가 윈스턴 쟁(Winston Tseng) 작품 스타일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예술가는 보수 인사들을 비판하기 위해 정부기관 로고가 인쇄된 포스터를 공공장소에 불법으로 게재하는 활동을 펼쳐왔는데, 2월 13일 AFP에 문제가 된 광고를 본인이 제작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 제목은 국제개발처의 공식 슬로건이기도 한 "미국 국민들로부터(From the American People)"라고 소개하며 "일론 머스크가 국제개발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제거(eliminate)'라는 표현을 쓴 것을 패러디했다"라고 설명했다.

쟁은 이후 이 광고 포스터 사진과 틸리스 의원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유하고 본인이 제작자임을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AFP는 국제개발처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국제개발처는 해당 요청을 국무부에 넘겼다고 전했고 국무부로부터는 즉각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전에도 AFP는 국제개발처와 관련된 허위 주장검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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