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통령, 투표자 신분증 요구하는 주 7곳서 승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상대 진영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투표자 신분증 확인법이 시행되지 않는 주에서만 승리를 가져갔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유포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선거 결과를 보면 해당 법이 시행되는 주 가운데도 민주당이 이긴 곳들이 있었으며 그러한 규정이 없는 지역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우세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의 주장은 11월 10일 '카멀라가 이긴 지역들 신분증 요구 X'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게재됐다.

게시글에는 보수성향 매체인 뉴스맥스 방송 화면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공유됐는데 해당 화면에는 선거 개표 상황을 나타낸 지도가 보인다.

각 주에는 '신분증 요구', '신분증 미 요구',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미 요구' 등 설명이 붙어 있고 '해리스가 이긴 주들에 공통 주제가 있나?'라는 자막이  화면 하단에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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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에펨코리아 게시글. 2024년 11월 26일 캡처.

미국에서는 투표자 신분증 확인법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모든 유권자가 사진이 부착된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어 투표자 신분확인 절차가 쉬운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흑인,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은 정부가 발행한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 이러한 법이 도입될 경우 특정 계층의 투표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81퍼센트는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특히 대선을 앞두고 투표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불법 투표를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일부 주에서는 투표자 신분증 확인법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나타나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투표자 신원 확인법이 시행되지 않는 주에서만 해리스 부통령이 우세했다는 주장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와이고수, 티스토리 등과  엑스에도 공유됐고 유사한 주장이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으로 해외에서도 유포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정치학과 리사 브라이언트(Lisa Bryant) 학과장은 11월 6일 AFP에 해리스 부통령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이 필요하지 않은 모든 주에서 이기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 전국주의회회의(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 웹사이트에 게재된 주별 투표자 신분증 확인법 시행 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이 가져간 워싱턴 DC와 19개 주 가운데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콜로라도, 버지니아, 코네티컷, 델라웨어, 워싱턴 등 7개 주에서는 해당 법이 시행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민주당이 우세했던 네브래스카주 제2선거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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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0일 미국 언론이 보도한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얻은 주별 선거인단 득표수를 나타낸 카토그램 (Samuel BARBOSA / AFP)

한편 공화당이 승리한 31개 주 가운데는 28곳에서 이 법이 시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투표자 신분증 확인법이 제정되지 않은 네바다와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선전했다.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의 배리 버든(Barry Burden) 정치학 교수도 11월 6일 AFP와 서면인터뷰에서 온라인상에 유포된 주장은 허위라는데 동의했다 (아카이브 링크).

다만 그는 "엄격한 투표자 신원 확인 규정에 대해 정책 입안자들이 회의적인 경향이 있는 '블루스테이트'에서 해리스와 같은 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것은 놀랍지 않다"라며 확실히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투표자 신원 확인을 더 엄격하게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블루스테이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를 말한다.

신원 확인 절차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원의 루스 그린우드(Ruth Greenwood) 선거법연구소장은 투표자 신분증 확인 관련 규정은 주별로 상이하나 모든 주는 연방법에 따라 유권자 등록 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지난 2022년 통과된 '미국을 위한 투표법'(Help America Vote Act)은 모든 주에서 등록 유권자의 본인 여부 및 투표권 유무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이를 위해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필수로 요구하는 법을 만드는 주들이 있는가 하면 투표소 직원이 투표자 서명이 이전에 등록된 서명과 일치하는지 정도만 확인하는 주도 있다.

그린우드 소장은 "운전면허번호나 사회보장번호 일치 여부를 확인하든 투표장에서 거주지 증명서를 요구하든 유권자 등록을 하려면 누구든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한다"라며 "어떤 주든 적어도 서명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미네소타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당일 투표자 등록도 가능하지만 투표용지를 발급받기 전 어떤 형태든 본인확인이 가능한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미국 선거 관련 허위정보를 검증한 AFP 기사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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