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J 저널 '논문 내용과 다른 오보... 백신 인과성 밝힌 논문 아냐'

코로나 백신이 팬데믹 기간 초과사망 증가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게시글은 이같은 주장이 포함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기사를 인용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텔레그래프 기사가 주제로 다룬 논문은 초과사망 증가 추세를 분석한 연구로 증가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논문 필진은 백신을 잠재적 요인으로 언급하지만 백신-사망 간 인과성을 입증하는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출판사도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히며 본문의 질을 다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주장은 6월 4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코로나 백신이 초과사망률 높였을 수도'라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기사 헤드라인이 보이는 사진을 공유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영국 주류 언론인 텔레그래프에서 콜오나빽신이 초과사망률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논문을 인용하며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주류 언론들이 제 아무리 빅파마 선동 도구라 해도 더는 숨길 수가 없지.

"아... 깜깜이 나라는 뭐 하냐?"

게시글에는 'Dr Aseem Malhotra'의 엑스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이 함께 게재됐는데 이 엑스 게시글에도 "드디어 영국 주류 언론이 인정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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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6월 21일 캡처.

텔레그래프는 BMJ Publich Health 의학저널에  2024년 6월 3일 게재된 한 논문에 대해 보도했는데 "네덜란드의 연구진이 47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이후 300만 건 이상의 초과사망이 발견됐다"라며 "연구진은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초과사망 증가에 백신이 일조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라고 말했다.

이 텔레그래프 기사는 엑스,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에 공유됐고 미국, 프랑스, 불가리아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유포됐다.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도 이 논문을 보도하며 "팬데믹 발생 이후 3년간 미국과 그 외 서방국가들에서 초과사망이 '전례 없이' 증가한 것에 대해 코로나 백신에 일부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라고 썼다.

그러나 며칠 후 뉴욕포스트 편집자는 "해당 논문이 예방접종의 효과나 백신 접종 여부와 사망률 간의 인과성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기사를 일부 정정했음을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BMJ Publich Health 의학저널을 발행하는 BMJ 그룹은 다음 날 "언론 오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 논문이 코로나19 백신과 사망 간의 직접적 인과성을 암시한다고 다수의 언론매체가 주장했다. 이 논문은 그러한 인과성을 입증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필진은 시간 흐름에 따른 초과사망 증가 추세만 봤을 뿐, 그 원인은 분석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초과사망 추세에 관한 논문

네덜란드 연구진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데이터로 보는 세상(Our World in Data)'에 공개된 47개국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초과사망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방역조치가 실시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과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초과사망은 전염병 유행, 공해 등 특이적 요인으로 인해 전체 사망률이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경우를 말한다. 

필진은 "이는 심각한 우려를 야기한다"면서 "초과사망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근본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논문에는 백신 이상반응이 잠재적 요인으로 언급돼 있지만 백신과 초과사망 간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증거는 전혀 나와있지 않다. 

필진은 코로나19 감염, 진료 차질 등 방역조치의 간접적인 영향도 추세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며 세부적인 사인별 사망 통계 데이터가 있다면 이러한 요소들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줬는지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각국 정부가 그런 세부 통계를 공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비판

이 논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공개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생물통계학부 학장을 맡고 있는 제프리 모리스(Jeffrey Morris) 의학대학 교수는"이 논문은 초과사망의 원인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코로나19 감염이 초과사망의 명확한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은 축소해서 표현하고, 백신의 잠재적 영향은 데이터로 입증된 것보다 은근슬쩍 부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카이브 링크).

그는 6월 13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논문은 "초과사망이 2020년에 멈추지 않고 2021-2022년에도 지속됐다는 점을 보여줄 뿐... 코로나19 백신이 사망률을 높였다는 그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의학 연구 방법론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존 이오아니디스(John Ioannidis)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교수도 같은 날 AFP에 초과사망의 책임을 코로나 백신에 둔 것은 "비약"이라고 말했다.

이오아니디스 교수는 "마치 백신이 완벽한 것처럼 얘기하는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만큼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러나 백신이 구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고 분명히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나선 학술지, 소속 병원

비판이 이어지자 이 논문을 출판한 BMJ 그룹은 6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려를 표명하며 "해당 논문의 질을 조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필진 네 명 중에 세 명이 소속돼 있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소재 프린세스 맥시마 소아종양학 센터(Princess Máxima Center for Pediatric Oncology)도 6월 11일 입장문을 내고 논문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아카이브 링크). 

센터는 논문의 초기 목적은 "코로나 방역조치가 저소득 국가에서 암에 걸린 어린이의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었는데 연구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전문 분야인 소아종양학과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논문의 초점이 이동하고 방향이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염병학 전문가들이 아니고 그런 인상을 주고 싶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센터는 "이 논문은 백신 접종과 초과사망 간의 연관성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고, 그것은 분명히 연구진의 결과물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그러한 인상이 형성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신 접종 '실보다 득'

일부 연구에서 코로나 백신은 팬데믹 기간 동안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AFP가 취재한 여러 전문가들은 백신이 중증 및 사망 예방에 효과적이며 보다는 이 크다고 일관되게 말해왔다 (아카이브 링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증 사망자 수는 7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카이저 패밀리 재단은 추산했다 (아카이브 링크).

캐나다 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1억 회분이 넘는 코로나 백신이 접종됐고, 예방접종 후 사망 488건이 보고됐으며 그 중 4건이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됐다(아카이브 링크).

이오아니디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BMJ 논문은 여러 잠재적 요인들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지만 이러한 유형의 데이터로는 각각 요인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라며 "대개 많은 요인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각 요인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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