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이란에서 열린 가자 지구 전쟁 규탄 시위를 촬영한 것이다

폭염 아래 치러진 올해 이슬람 성지순례(하지) 사망자 수가 1300명 이상으로 집계된 가운데 사진 한 장이 성지순례에 참여했다 사망한 아이들의 시신을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이 사진은 2023년 11월 이란에서 벌어진 가자 지구 전쟁 규탄 시위를 촬영한 것으로, 올 6월부터 진행된 하지 성지순례 행사와는 무관하다.

문제의 주장은 2024년 6월 24일 "성지순례에 괜히 아이들 끌고 가서 시체로 만든 이게 종교냐? 아동학대 사이비다"라는 문구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사진에는 흰 천에 둘러싸인 아이의 시신으로 보이는 수 십 개의 물체가 바닥에 놓여 있는 모습이 담겼다. 

문제의 주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낮 최고기온 50도를 넘나드는 더위 속에서 치러진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에 참여했다 사망한 사람이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뒤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이며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꼽힌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올해 하지에 해외 각지에서 180만 명의 순례자들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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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6월 24일 캡처.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 밴드, 디시인사이드 등에도 공유됐다. 

그러나 이 사진은 가자 지구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연출된 예술 퍼포먼스를 촬영한 것으로, 올해 하지 성지순례와는 무관하다.  

예술 퍼포먼스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에 공유된 이미지와 일치하는 사진이 이란에 거점을 둔 West Asia News Agency의 2023년 11월 13일 자 보도에 실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사진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한 남성이 가자 지구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상징하는 천으로 감싼 시신 형상 옆에 앉아 있다. 2023년 11월 13일"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사진(좌)과 West Asia News Agency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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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사진(좌)과 West Asia News Agency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 비교

해당 사진은 West Asia News Agency가 테헤란의 팔레스틴 광장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촬영한 9장의 사진 중 하나로, 같은 사진을 인용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시위는 세계 어린이날을 앞두고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가자 지구 반전 시위 중 하나였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해당 시위를 두고 "살인당한 자의 교향곡(Symphony of the Killed)"라는 제목으로 4천 구의 시신 형상을 광장 바닥에 펼쳐 놓은 예술 퍼포먼스가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스라엘 당국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으로 119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침공으로 최소 3만 7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위 사진이 아랍어 신문 Asharq Al-Awsat와 이란 공영 언론사 Mehr News Agency 기사에도 실렸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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