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왜곡된 영상 편집... 옆에 착지한 낙하산병 향해 다가간 것

한 영상이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행사에서 혼자 자리를 이탈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이 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중낙하 시범을 보고 있는 정상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다른 쪽으로 향하다가 의장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안내를 받아 되돌아온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행사 현장에서 촬영된 다른 영상들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걸어간 방향에 있던 낙하산병에게 다가가서 엄지를 세워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문제의 영상은 6월 14일 "G7 정상들은 바이든이 비정상인 걸 다 인지한 듯"이라는 글귀와 함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에 공유됐다.

약 30초 길이의 이 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나라 정상들과 함께 공중낙하 시범을 보다가 그 위치를 벗어나 다른 쪽을 향해 서서히 걸어간다. 잠시 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다가가 무언가 얘기한다.

AFP 보도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지난 6월 13일 이탈리아 샤벨레트리의 골프장에서 공중낙하 시범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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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영상이 공유된 엑스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6월 24일 캡처.

이 영상은 페이스북, 엑스, 네이버 블로그, 다음 카페 등에도 공유됐다.

미국에서는 이 영상을 캡처한 사진들이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매체인 뉴욕포스트(New York Post) 1면에 게재됐다.

표지에는 "정신없는 최고사령관 바이든 정상회담서 홀로 방황하며 국가적 망신"이라는 문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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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Post의 엑스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6월 17일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81세로 상대 진영으로부터 나이와 관련된 공격을 자주 받아왔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고령과 인지력 논란을 부추기는 허위 영상들이 온라인에 확산하고 있다.

이번에 유포된 영상은 프레임의 일부를 잘라서 맥락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맥락 왜곡된 편집

문제 영상은 미 공화당전국위원회가 운영하는 RNC 리서치가 최초 유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RNC 리서치는 6월 14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에 "바이든이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글과 함께 이 영상을 게시했는데 이후 이 게시글은 수천 회 재공유됐다.

일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혼자 방황하며 상상 속 인물과 대화를 하려고 했다거나 "행사는 하나도 못 봤다"라고 주장했다.

뉴욕포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원본 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 왼쪽에 보이는 낙하산병은 보이지 않게 아예 잘라낸 영상을 공유했다.

앤드류 베이츠(Andrew Bates) 백악관 공보비서관은 6월 13일 본인의 엑스 계정에 독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고공낙하 시범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인위적으로 좁은 프레임을 사용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아카이브 링크).

그는 6월 17일 AFP에 보낸 입장문에서 허위 주장과 함께 공유된 이 영상들은 "값싼 조작(cheap fakes)"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낙하산병에게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행사 전체 영상을 통해 낙하산병 여러 명이 G7 국가들의 국기를 메고 동시에 공중에서 내려왔고 일부가 바이든 대통령 왼쪽에 착지해 낙하산을 정리하고 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그쪽으로 다가가 인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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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게재된 행사 영상 스크린샷. 2024년 6월 17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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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게재된 행사 영상 스크린샷. 2024년 6월 17일 캡처.

미국 언론사 MSNBC에 송출된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관찰됐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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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shot from YouTube taken June 17, 2024

영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리시 수낵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정중했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병들을 "한명씩 찾아가 말을 건넸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영상에서 멜로니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다가가 말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정상들이 저쪽에 서 있으면 그들(낙하산병)이 우리 쪽으로 와서 악수를 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아래 AFP가 행사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에서도 낙하산병들이 착지 후에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FPTV / Sonia LOG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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