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Disease X, 미래 팬데믹 사전 대비 위해 만든 가상질환'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포럼에서 '질병 X(Disease X)'라는 신종 전염병의 출현이 예고됐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다. 질병 X는 지난 2018년 세계보건기구가 미래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고안한 가상의 유행병으로,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이 더 높은 질병 X가 출현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질병 X에 대한 사전 준비는 '소방훈련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신종 전염병의 파급력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4년 1월 13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아래는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24년 1월 15-19일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 연례모임이 열리는데 17일 11:30에 열리는 세션 주제가 '질병 X 준비'다."

"세계보건기구는 질병 X를 이번 콜오나보다 사망률이 20배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 

"콜오나는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ㅠㅠ"

게시글에는 해당 패널토론 행사 정보가 게재된 세계경제포럼 공식 웹사이트 링크도 함께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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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1월 25일 캡처.

유사한 주장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 여기, 여기, 페이스북 여기, 여기,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 인사이드 등에도 공유됐는데, 질병 X가 가상의 전염병이라는 설명은 어느 게시글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일부 게시글에는 세계보건기구, 제약사, 정부 등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전염병 대유행을 공모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 주장은 미국의 극우 음모론 웹사이트 Infowars 등을 운영하며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알렉스 존스(Alex Jones)가 1월 17일 엑스에 공유한 후 인스타그램럼블, 엑스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소방훈련 개념'

질병X를 주제로 1월 17일 진행된 패널토론은 세계경제포럼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됐는데, 이 토론에는 테드로스 아드히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미셸 드매어(Michel Demaré) 아스트라제네카 이사회 의장 등 보건 분야 공공·민간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질병 X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자리 표시자(placeholder)"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 산소 호흡기 확충 등 "어떤 질병이 출현할지 모르더라도 공통적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우에도 사전에 더 많은 준비가 되어있었더라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카이브 링크).

세계경제포럼 대변인은 1월 19일 AFP에 "의료시스템 접근성 및 탄력성 개선, 민관 협력 촉진 등을 통해 의료 인력 부족 문제 등을 완화하고 나아가 모든 사람들의 안위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해당 패널토론의 취지였다고 밝혔다.

패널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도 신종 바이러스 출현에 대비하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버팔로대학교 약학대학의 토마스 루소(Thomas Russo) 전염병학 주임교수는 1월 17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1년 안에 가능했던 것은 "십여 년간 축적된 연구"가 있었던 덕분이라며 "팬데믹이 종결되면서 떨어진 모멘텀이 세계경제포럼 논의를 기점으로 다시 회복돼서 이 분야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이뤄지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0월 팬데믹 상황 가상 시뮬레이션 연구 '이벤트 201(Event 201)'을 이끌었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타라 컬크 셀(Tara Kirk Sell) 공중보건대 교수는 1월 17일 AFP에 "현실적인 훈련을 만들고 사전 계획을 세우는 목적은 향후 팬데믹에 대한 우리의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셀 교수는 "소방훈련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라며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하는 게 누군가가 방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지 않나.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연습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 근무 경험이 있는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글로벌 보건안전센터의 데이비드 브렛-메이저(David Brett-Major) 전염병학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신종감염병 예방 및 대응은 세계보건기구의 주요 기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1월 18일 AFP에 여러 변수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질병 X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어떤 감염병이 발생하든 실행가능한 위험관리 방안"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를 통해 우리가 예상치 못한 전염병에 놀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이미 파악된 위험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사전 준비, 대응, 회복에 대해 사고해 보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코로나19 팬데믹, 백신, 질병 X 등과 관련된 허위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적 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를 검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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