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사진... 슈피겔 '해당 표지 실은 적 없어'

이미지 한 장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표지를 장식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이미지에는 한 위원장을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과 비유하는 문구도 실렸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조작된 것으로, 슈피겔 관계자는 AFP에 한 위원장을 소재로 한 표지 및 기사를 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이미지는 2024년 1월 29일 "독일 유력잡지 슈피겔: 한동훈은 한국의 존 케네디"라는 문구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슈피겔 지면으로 보이는 이미지에는 한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이 실렸는데, 이미지 하단에는 "한동훈, 한국의 존 F. 케네디"라는 독일어 문구가 등장한다. 

실제 채널A, 조선일보 등 일부 국내 언론 보도 및 사설에 한 위원장을 케네디 전 대통령과 비유하는 내용이 실린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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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1월 31일 캡처.

동일한 이미지와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는데,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통해 여러 사용자가 이 이미지를 실제 슈피겔 표지로 오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조작된 것이다.

조작된 표지

조작된 표지의 우측 상단에는 "Nr. 7"과 "8.2.2020" 등 호수와 발행일자 등을 나타내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검색을 통해 이는 2020년 2월 발행된 슈피겔 표지에 해당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원본 표지에는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튀링겐주 대표이자 주의원인 비요른 회케(Björn Höcke)의 모습이 담겼다. 

다음은 한 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표지(좌)와 회케 의원의 모습이 실린 실제 슈피겔 표지(우)를 비교한 것이다. 일치하는 부분은 녹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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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표지(좌)과 회케 의원의 모습이 실린 실제 슈피겔 표지(우) 비교. 일치하는 부분은 녹색으로 표시.

표지 기사에 따르면 회케 의원은 당시 튀링겐주 주의회에서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 자유민주당(FDP) 등과 연합하여 좌파당(Die Linke) 주총리를 끌어내리면서 정치 위기를 촉발했는데, 이후 AfD가 차기 주총리 선출에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 선거는 독일 사회 전반과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원본 표지에는 '민주주의자(Democrat)'와 '악마(Demon)'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를 합성한 "Der Dämokrat"라는 제목과 "회케의 AfD와 연대가 어떻게 베를린 공화국을 오염시켰을까"라는 부제가 실렸다. 

조작된 표지와 원본 비교를 통해 표지 하단에 등장하는 여러 문구 역시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1945년 드레스덴 폭격, 실업 수당 실태, 수소 에너지 등 해당 호에 실린 기사와 관련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슈피겔 홍보팀장 구이도 슈미츠(Guido Schmitz)는 1월 30일 AFP와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표지는 "실제 슈피겔 표지가 아니다"라며 "2020년 7호 표지에는 비요른 회케 의원의 모습이 실렸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동훈 씨에 관한 기사를 발행한 적 없다"라고 말했다. 

회케 의원의 모습을 담은 해당 슈피겔 호는 국내 온라인 서점 예스24에도 판매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슈피겔 7호가 발행된 시점인 2020년 2월 당시 한 위원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지 않았으며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별도의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조작된 표지에 사용된 한 위원장의 사진이 파이낸셜뉴스 2023년 11월 14일 자 보도에 실린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사진 설명에 따르면 이 사진은 한 당시 법무부 장관이 1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ICC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세미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뉴스1이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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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표지(좌)와 한 위원장 모습이 실린 뉴스1 사진(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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