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2018년 6월 애리조나 화재 현장 인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2023년 폭염과는 무관하다

사진 한 장이 지난 7월 미국 서부에서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녹아버린 자동차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18년 6월 미국 애리조나주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녹아내린 차량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2023년 미국 폭염과는 무관하다.

문제의 사진은 2023년 7월 31일 "미국 폭염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EastSideStory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각각 MBC와 SBS 뉴스 방송 화면으로 보이는 이미지 두 장이 공유됐는데, MBC 뉴스 화면에는 말라 죽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선인장의 모습이, SBS 뉴스 화면에는 후미등과 범퍼 등이 녹아내린 것으로 보이는 차량의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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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EastSideStory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8월 20일 캡쳐

동일한 이미지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TCafe, 그리고 페이스북 여기여기에도 공유됐다.

이 주장은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염이 미국 남서부 등을 강타한 가운데 애리조나주 주도 피닉스에서는 역대 최장기간 더위가 기록된 뒤 온라인상에서 공유됐다.

유럽 연합의 기후변화 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지난 7월의 지구 평균 지표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이러한 기상 이변은 인간과 지구 모두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건설 현장 화재

녹아내린 차량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는 2023년 8월 3일 SBS 뉴스의 실제 보도에 실린 장면인데, 해당 보도는 이후 SBS의 공식 웹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삭제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구글 역 이미지 검색 및 페이스북 키워드 검색을 통해 이 사진은 최소 5년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공유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중 2018년 6월 20일 게시된 페이스북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게시글에는 동일한 차량을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들이 "어젯밤 화재가 난 기숙사 건설 현장 건너편에서 촬영한 사진"이라는 글귀와 함께 공유됐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SBS 뉴스 화면 스크린샷(좌)과 2018년 6월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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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SBS 뉴스 화면 스크린샷(좌)과 페이스북에 2018년 6월 게시된 사진(우) 비교

별도의 키워드 검색을 통해 녹아내린 차량의 모습이 담긴 유사한 사진이 애리조나 투손(Tucson) 현지 방송사 Tucson News Now가 2018년 6월 22일 게재한 보도에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투손 공사현장 화재로 800만~1천만 달러 손실 발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투손의 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인근 장소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이 녹아내렸다는 설명이 담겼다.

다음은 SBS 뉴스 화면 스크린샷(좌)과 투손 현지 언론사 Tucson News Now 보도에 사용된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두 사진 속 일치하는 부분은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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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화면 스크린샷(좌)과 투손 현지 언론사 Tucson News Now 보도에 사용된 사진(우) 비교

다른 투손 현지 언론사 KGUN9의 2018년 6월 19일 자 보도에도 해당 화재를 촬영한 여러 편의 영상들이 실렸다 (아카이브 링크).

투손 소방서 역시 2018년 6월 2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화재 동영상을 게시하며 "크레인, 차량, 나무, 건물 모두 고온으로 인해 손상을 입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카이브 링크).

과거에도 동일한 사진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촬영됐다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된 적이 있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검증한 바 있다.

선인장 사진

한편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말라 죽어가는 선인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MBC 뉴스의 7월 31일 자 보도에 실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별도의 검색을 거쳐 이 사진은 Weather.com의 8월 13일 자 보도에 실린 영상의 한 장면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보도에 따르면 이 영상은 로이터 통신이 피닉스 소재 사막식물원(Desert Botanical Garden)에서 촬영했다.

다음은 MBC 뉴스 화면 스크린샷(좌)과 Weather.com 보도에 실린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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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 화면 스크린샷(좌)과 Weather.com 보도에 실린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 비교

로이터 통신이 7월 26일 게시한 보도에도 같은 사구아로(Saguaro) 선인장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이 실렸는데, 사진에는 "2023년 7월 2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가뭄과 폭염 등으로 말라버린 사구아로 선인장의 모습"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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