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2023년 5월 칠레에서 발생한 변압기 폭발 사고를 촬영한 것이다

한 영상이 2023년 8월 대형 산불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촬영됐다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이 주장은 마우이섬 화재가 레이저 광선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에 의해 발생했다는 음모론적 뉘앙스의 글귀와 함께 게시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2023년 5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발생한 변압기 폭발 사고를 촬영한 것으로, 8월 발생한 하와이 산불과는 무관하다.

문제의 영상은 8월 14일 "나는 하와이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있는 이 비디오를 게시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텔레그램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보이는 광선이 도심 속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듯한 장면이 담긴 영상과 같은 내용이 공유된 북미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럼블 게시글 주소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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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텔레그램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8월 17일 캡쳐.

동일한 영상과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여기여기에도 공유됐다.

유사한 주장과 같은 영상이 미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됐다.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난 10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한 화재로, 20일 기준으로 최소 1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산불 피해가 대대적으로 알려지자 마우이섬 화재가 레이저 광선 무기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등 여러 음모론적 주장들이 해외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주장들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해당 기사들은 여기, 여기,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 영상은 2023년 5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촬영된 것으로, 하와이 산불과는 무관하다.

변압기 화재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텔레그램에 공유된 영상과 일치하는 영상이 하와이 산불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인 2023년 5월 26일 "piersolisv"라는 사용자의 틱톡 계정에 게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영상에는 "마쿨(Macul) 지역에 사는 친구의 집에 정전이 발생하며 폭발이 들렸는데, 그가 밖을 바라보자 벼락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내 생각에는 벼락보다 레이저 광선 같다)을 5번 목격했다 한다. 이 영상에 보이는 벼락은 이 중 마지막으로, 땅에 치자 폭발이 발생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텔레그램에 공유된 영상(좌)과 5월에 게시된 틱톡 영상(우) 속 장면들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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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텔레그램에 공유된 영상(좌)과 5월에 게시된 틱톡 영상(우) 속 장면 비교

구글 어스 기능을 통해 틱톡 영상 속 장소와 일치하는 곳을 칠레 산티아고시의 마쿨 구역에 해당하는 아래의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영상에 등장하는 시설 및 도로의 배치 등이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틱톡 영상 스크린샷(좌)과 같은 장소를 담은 구글 어스 3D 지도 스크린샷(우)을 비교한 것이다. 두 스크린샷 속 일치하는 부분을 여러 색상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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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영상 스크린샷(좌)과 같은 장소를 담은 구글 어스 3D 지도 스크린샷(우) 비교

칠레 현지 방송사 칠레비전 뉴스(Chilevision News) 역시 5월 30일 게재한 보도를 통해 해당 영상은 산티아고 시내에서 발생한 변압기 사고를 촬영한 것이며 영상에 등장하는 광선은 카메라 렌즈에 빛이 반사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보도에 인용된 움베르토 베르데호(Humberto Verdejo) 칠레 산티아고 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영상 속에 보이는 폭발이 이날 산티아고에서 발생한 강한 돌풍으로 인해 꺾인 나뭇가지가 전봇대와 충돌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하와이 산불 원인

미국 당국은 마우이섬 산불의 정확한 발화 원인은 현재까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부터 강풍과 낮은 습도 등 여러 위험 신호가 감지됐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기상청 공보관 수잔 뷰캐넌(Susan Buchanan)은 8월 11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기상청이 화재 발생 일주일 전에 이미 하와이 당국에 화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화재가 발생하기 수일 전 공식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뷰캐넌은 산불이 발생한 요인과 관련해 "건조한 초목 및 대기, 강한 바람, 낮은 습도 등 여러 조건이 결합되어 화재를 확산시키는데 일조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재 역학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마이클 골너(Michael Gollner) 기계공학과 교수는 마우이섬 화재와 관련해 에너지 무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화재는 "강풍으로 인해 손상된 송전선이 발화하는 등 우발적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큐아논(QAnon) 음모론 콘텐츠를 연구하는 마이클 로스차일드(Mike Rothschild) 작가는 AFP와 인터뷰를 통해 과거 2010년대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레이저 광선 무기 등을 거론한 유사한 주장들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큐아논은 인터넷 커뮤니티 4chan에서 유래한 음모론으로, 이 음모론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혼재돼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회 곳곳에 잠복한 비밀 조직이 미국과 세계의 경제, 정치, 통치권을 장악하고 국가 전복을 노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로스차일드 작가는 이러한 음모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에 관해서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불과 바람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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