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논란 키운 '80년대 남성상' 영상, 실제 아닌 AI 합성물

젊은층을 중심으로 남녀갈등이 한국 사회의 주요 균열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 영상이 1980년대 방송 인터뷰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남성들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AI로 제작된 합성물로, 원 게시물에는 AI 활용 사실을 알리는 문구가 포함돼 있으며 여러 시각적 왜곡 흔적도 나타난다.

문제 영상은 2025년 11월 12일 "진짜 대단했던80년대 남자들. 25년에 이정신상태면 여자가 죽일걸 ㅋㅋㅋ"이라는 문구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영상은 결혼식장 인근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기자가 여러 남성 하객을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구성돼 있으며, 남성들은 질문에 성차별적 발언으로 대답한다.

한 남성은 결혼 상대의 "순종"을 강조하며 "요즘 여자들은 말이 너무 많다"고 말하고, 다른 남성은 아내가 아프더라도 "밥은 해놓고 누워야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남성은 여성을 꽃에 비유하며 "(결혼이) 늦으면 향이 바래진다"라고 말하며, 네 번째 남성은 집안일은 "여자의 일"이라며 자신이 하면 "체면이 안 선다"고 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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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5년 11월 13일 캡쳐. 붉은색 X 표시 추가

최근 국내에서는 남녀가 페미니즘, 직장 내 차별, 병역 의무 등 여러 이슈에서 극명하게 엇갈린 태도를 보인다는 조사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온라인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문제 영상은 틱톡인스타그램에서도 공유됐으며, 이에 댓글을 남긴 여러 사용자들은 해당 장면이 1980년대 실제 인터뷰라고 믿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 사용자는 "이게 정상이지...세상이 말세다"라고 적었고, 다른 사용자는 "가부장제도가 사실 가장완벽함 지금 보세요 FB운동하다가 변절되어서 왜 결혼할까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는 AI로 생성된 것이다. 

'가상 인터뷰'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영상의 원본이 11월 11일 "80re_tro"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원본 영상에는 "#ai가했데요", "#ai", "#가상인터뷰" 등의 해시태그가 포함돼 있지만, 페이스북 등에 재공유된 영상에서는 이러한 문구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해당 계정은 옛날 인터뷰 스타일을 차용한 AI 생성물을 여러 차례 게시해 왔으며, 계정 소개란에는 "AI가 다시 듣는 옛날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설명이 적혔다. 

한편 영상에는 AI 생성 콘텐츠 특유의 비자연스러운 동작과 시각적 오류가 다수 발견된다. 

어느 장면에서는 신부의 베일이 움직임과 무관하게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고, 다른 장면에서는 인터뷰 대상의 손이 재킷 속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배경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카메라맨의 신체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으며, 인터뷰 대상자 뒤에 주차된 차량의 후미등의 배치 역시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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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오류를 표시한 영상 장면

AFP는 이전에도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내용이 담긴 AI 생성 영상들을 여러 차례 검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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