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경기장' 영상 제작자 'AI 콘셉트일 뿐... 사우디와 무관'

한 영상이 2034년 월드컵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될 '세계 최초 상공 경기장'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앞서 사우디는 북서부에 개발 중인 미래형 도시에 경기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나 문제 영상은 이와 무관하다. 해당 영상을 만든 창작자는 AFP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합성물이라고 밝혔으며, 사우디 미래도시 프로젝트 관련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AFP에 문제 영상에 등장하는 경기장 디자인은 사우디가 계획 중인 어떠한 내용과도 유사하지 않다고 전했다.

문제 영상은 "세계 최초 공중 경기장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공개"라는 문구와 함께 10월 29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작성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초로 하늘 위에 떠 있는 스포츠 경기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 경기장은 지상 350미터 높이에 위치하며 총 46,000석 규모로 설계됐다"고 적었다.

이어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지어질 이 경기장에서 "2034년 FIFA 월드컵 8강전까지의 경기를 개최할 계획으로 전 세계 팬들에게 이전에 없던 공중 경기 관람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상 속 아찔하게 높은 초고층 건물 꼭대기에 자리한 타원형 경기장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고, 빌딩 뒤로는 도시의 불빛과 복잡한 도로망이 보인다.

반짝이는 도시 위로 우뚝 선 초고층 건물이 경기장을 품고 있는 듯한 광경은 미래 도시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국내외 언론 매체들도 이 영상을 캡처한 이미지기사에 인용하며 사우디아라비아 '고공 월드컵 스타디움'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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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공유된 문제 사진 스크린샷. 2025년 11월 12일 캡처 후 엑스 표시 추가.

이 주장은 다양한 언어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레드 등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확산됐다. 르완다에서 공유된 한 게시물은 삭제되기 전까지 34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우디는 홍해 연안 사막에 5천 억 달러 규모의 미래형 메가시티 구축하는 일명 '네옴(Neom)'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시 상부에 동명의 경기장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네옴은 사우디의 문화·스포츠 강국 구상을 상징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거울 외벽을 두른 170킬로미터 길이의 직선형 고층 건물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카이브 링크).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 단독 입찰국으로 앞으로 10년 내 다수의 축구 경기장을 비롯해 48개 팀과 수십만 명의 팬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를 완성해야 한다. 

'완전히 조작된 디자인'

그러나 온라인상에 퍼진 '상공 경기장' 영상과 이미지는 사우디에 신축될 경기장의 공식 디자인이 아니다.

관련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10월 29일 AFP에 "해당 디자인은 완전히 조작됐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계획 중인 어떠한 내용과도 닮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한 이 소식통은 "공식 자료 어디에도 이런 디자인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FP는 네옴 프로젝트 공식 엑스 계정과 사우디가 제출한 2034 월드컵 입찰 자료에서도 문제 영상과 유사한 디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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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이 포함된 페이스북 동영상(좌), 엑스에 게재된 '네옴' 프로젝트 관련 공식 자료(중), 2034 월드컵 입찰 자료(우) 스크린샷 비교

AI 합성물

틱톡 키워드 검색을 통해 미래 도시·건축물 AI 영상을 주로 공유하는 '@hyporaultrawork'라는 계정에 문제 영상과 동일한 영상이 게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링크링크).

해당 유저는 "초고층 경기장 디자인의 항공 시점 영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같은 영상을 게시했는데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의 경우 11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틱톡 영상에는 "AI 생성" 라벨이 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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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된 문제 영상(좌)과 해당 영상 제작자 'Hypora Ultraworks' 틱톡(중) 및 인스타그램(우) 게시글 스크린샷 비교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해당 영상을 만들 당시 사우디에서 진행되는 어떤 프로젝트도 알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단순한 AI 콘셉트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는 완전히 독자적으로 퍼져 나갔다. 5천만 회가 넘는 조회수 끝에 우리 '하늘 경기장' 디자인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리고 약간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이는 순전히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AI 콘셉트로 초고층 건물 형태의 수직형 축구 경기장이 어떤 모습일지 탐색해 본 것일 뿐"이라면서 자신이 만든 영상은 "100% AI 콘셉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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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영상 제작자가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에 대해 설명한 글 캡처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문제 영상의 제작자가 영국에 사는 34세 리암 호스(Liam Hawes)라고 보도했다 (아카이브 링크).

호스는 지난 10월 31일 AFP에 자신이 해당 영상의 제작자가 맞으며, 데일리메일과 인터뷰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AI 생성물에서 비롯된 허위 주장을 검증한 AFP 기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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