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문가, '국가별 맥락 무시한 단순 비교'

한국의 선거 관리 인력이 인구가 많은 미국이나 인도보다 규모가 크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다. 해당 주장에 인용된 미국과 인도의 선거 관리 인력 수치는 실제 선거 운영에 투입되는 전체 인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 선거 전문가들은 상이한 선거 제도를 갖춘 국가 간의 단순 비교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주장은 3월 5일 "선관위 해체만이 정답이다"라는 글귀와 함께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미국 인구 3.5억 / 선관위 직원 약 300명. 인도 인구 14억 / 선관위 직원 약 550명. 중국 인구 14억 / 선관위 없음. 한국 인구 0.5억 / 선관위 직원 3000명!?! 심지어 저 3000명이 지방직 공무원 부려먹으면서 선거진행함"이라는 문구가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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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3월 6일 캡쳐

2020년 4·15 총선에서 낙선한 민 전 의원은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22년 7월 28일 부정 선거나 개표 조작이 없었다며 그의 소송을 기각했다 (아카이브 링크).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민 전 의원이 제기한 부정선거 주장과 유사한 의혹을 제기하며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 병력투입을 정당화했다 (아카이브 링크).

유사한 주장이 선관위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페이스북 게시글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그러나 해당 이미지에 제시된 수치는 각국의 실제 선거 관리 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미국

미국에는 연방 차원에서 선거를 감독하는 중앙 선거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와 연방선거지원위원회(EAC)와 같은 일부 연방 기관은 연방 선거 자금법을 집행하고 투표 시스템을 점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FEC 인력 보고서에 따르면 FEC에는 최근 몇 년간 약 300명의 상근 직원이 근무해 왔으며, EAC는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80명 이상의 정규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연수원의 장승원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각 주가 자체적으로 선거를 관리하기 때문에 FEC의 인력 규모를 전체 선거 관리 인력으로 볼 수 없다. 

리드 칼리지(Reed College) 선거·투표 정보 센터(EVIC)의 추산에 의하면 각 주별 인원을 포함한 미국의 전체 선거 관리 인력은 약 2만 명으로 추정된다 (아카이브 링크). 이 수치에는 선거 기간 중 일시적으로 선거를 지원하는 임시 직원과 다른 정부 부처의 인력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선거 인력의 대다수는 투표소 직원(poll workers)으로 구성된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총선에서 대략 64만 4천 명의 투표소 직원이 대면 투표 및 사전 투표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아카이브 링크). 

인도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뉴델리에 위치한 사무국을 운영하는데, 이곳에는 약 55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업무를 감독하고 조정하지만, 지방 및 선거구 단위에서 선거 업무를 수행하는 대규모 인력이 별도로 존재하며 이들은 본래 직무와 함께 선거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전국 단위 총선거가 치러질 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1200만 명 이상의 투표소 직원과 민간 경찰 인력"이 동원된다. 

중국

중국에는 국가 차원에서 선거를 감독하는 중앙 기관이 없다. 

중국에서 실시되는 대부분의 선거는 간접 선거 방식으로 진행되며, 하위 수준의 대표들이 상위 수준의 공직자를 선출하는 구조를 따른다 (아카이브 링크).

중국의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여러 선거 단위에서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직접 선거는 도시 지역의 구·현(区·县), 농촌 지역의 향·진(乡·镇) 등 기초 행정단위별 인민대표 선거에서만 적용된다 (아카이브 링크).

단순비교의 오류

선거 전문가들은 각국의 선거 체제는 정치 체제, 역사, 통치 모델 등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므로, 선거 인력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3월 5일 AFP와 인터뷰에서 "각국 선거 기구의 형태는 정치 체제, 영토, 인구, 역사적 배경 및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차이가 난다"라며 "인력 규모의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경우 군사 정권 시절의 경험과 과거의 부정선거 문제로 인해 선관위가 상설 기구로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선거연수원은 2024년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개국의 선거 관리 기구를 비교 분석한 연구를 내놓았는데, 정치적·역사적 이유로 인해 국가별 선거 관리 기구의 조직 및 구성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아카이브 링크).

선거연수원 장승원 교수 역시 3월 6일 AFP와 통화에서 "각국의 선거 제도가 워낙 상이하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 수와 선거 관리 기관 인력 수를 비교하는 것은 객관적인 접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선관위, 부정 선거와 관련된 여러 허위 주장이 온라인상에 공유된 적이 있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들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검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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