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언론사 사이트 통해 유포된 허위주장... MS '러시아 선전 조직 소행'
- 입력 월요일 2024/09/26 07:32
- 수정 2024/09/2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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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 GALGANO, AFP 미국, AFP 한국
- 번역 및 수정 Hailey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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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11년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 시절 뺑소니 사고를 내 한 소녀를 크게 다치게 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유포됐다. 주장의 근거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사와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인터뷰 영상이 함께 공유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를 사칭한 사이트에 처음 등장해 유포되기 시작했으며 해당 사이트 현재 폐쇄된 상태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대변인은 AFP에 주장된 내용과 부합하는 사고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9월 24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카밀라 해리스 뺑소니 사건. 2011년 6월 카말라 해리스가 두 명을 치고 도망가서 한 명이 그 후 휠체어 타는 인생을 살게 됐다고 함. 근데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겁까지 줬다고 함. 해리스의 사람들이 피해자의 엄마를 위협해서 신고를 못하게 했고 엄마가 죽은 지금, 사건으로부터 13년 뒤 이것을 말하기로 결정함.'
게시글에는 영문 기사를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첨부됐는데 기사 제목에는 '카멀라 해리스 13세 소녀 차로 치고 범죄 현장 떠났다'라고 쓰여 있고, 아래 사진에는 앞유리가 완전히 박살 난 자동차가 서 있다.
이 주장은 국내에 유포되기 전 해외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 먼저 퍼졌는데 일부 게시글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2011년 저지른 뺑소니 사고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앨리샤 브라운이라는 여성의 인터뷰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자신은 13살이었고 사고로 다리가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당시에는 그게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저 겁에 질린 낯선 여자가 보였다"라고 말한다.
또 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도록 자신과 어머니가 협박을 받아왔으며 이제야 밝히게 된 것은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일한 주장이 페이스북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 등에 공유됐다.
앨리샤 브라운은 2011년 7월 7일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포스트가와 존스가 교차로에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경찰청의 앨리슨 맥시(Allison Maxie) 대변인은 9월 6일 AFP에 이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라며 주장된 내용과 부합하는 사고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폴리팩트, 뉴스가드, CBS 뉴스 등 복수의 독립적인 언론 매체들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증됐다.
이와 관련해 AFP는 해리스 캠프 측과 캘리포니아주 검창총장 측에 질의서를 보냈으나 즉각 답변을 받지 못했다.
AI 조작 증거 불충분
AFP는 여러 전문가에게 인터뷰 영상의 진위여부 확인을 요청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낸 영상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반면 또 어떤 전문가들은 인터뷰에서 주장된 내용은 사실이 아닐지라도 영상 자체는 실제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교의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하니 파리드(Hany Farid) 교수는 9월 11일 AFP와 서면인터뷰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해 1분이 넘는 길이의 오디오를 생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또한 "우리가 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계속 AI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짜를 보면 무조건 AI와 연결 지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거짓말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그 중에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누군가를 휠체어에 앉혀 놓고 말할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주립대학교 퍼팔로캠퍼스의 시웨이 류(Siwei Lyu) 미디어포렌식연구소장도 AI 조작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인터뷰 영상을 7개의 AI 탐지 모듈로 분석한 그는 한 모듈에서는 기계로 생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나머지에서는 모두 조작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앨리샤 브라운 신원 미확인
전화번호부 사이트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 이그재미너(Examiner), 머큐리 뉴스(Mercury News) 등 현지 신문들의 예전 기사 및 부고란을 모두 검토했으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20대 앨리샤 브라운이라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사고 앨리샤 브라운이 사고로 인한 부상의 증거로 제시한 엑스레이 사진들도 도용된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 장은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의학도서관 웹사이트에 게재된 사진과 일치했는데 2010년 중국 장수성 소재 한 병원에서 촬영된 엑스레이 사진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다른 한 장은 2017년 '아동정형외과저널'(Journal of Children's Orthopaedics)이라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실린 사진과 일치했다 (아카이브 링크).
깨진 자동차 앞유리 사진은 퍼시픽 데일리 뉴스(Pacific Daily News) 사진기자 릭 크루즈(Rick Cruz)가 2018년 괌에서 발생한 충돌사고 현장에서 촬영했다 (아카이브 링크).
위장 언론사 사이트
앨리샤 브라운의 인터뷰 영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 매체를 사칭한 'KSSF -- San Francisco News'라는 웹사이트에 처음 게재됐는데, 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됐으나 아카이브 버전은 남아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 사이트의 도메인을 분석한 결과 위장 언론사 사이트들의 네트워크와 유사점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도메인 등록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 '후이즈'에서 'kbsf-tv.com'을 찾아보니 문제 기사가 출고되기 2주 전쯤인 2024년 8월 20일에 해당 주소가 처음 등록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KBSF 웹사이트에 게재된 다른 기사들은 주로 다른 언론매체들 기사에서 헤드라인과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 중에는 웹사이트 주소가 등록되기 한 달 이상 전에 작성된 것도 있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방송사들이 모두 등록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이런 이름의 매체를 찾을 수 없었으며, 문제 사이트의 운영사로 기재된 'KBSF Bay Area'라는 회사도 캘리포니아주 법인등기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
미국 오리건주에 'KBSF-LP'라는 비슷한 이름의 라디오 방송국이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해당 방송국을 소유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9월 6일 AFP에 방송국과 문제 웹사이트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선전 조직들이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위협분석센터는 9월 17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스톰-1516'이라 불리는 러시아 선전 기관이 해리스 부통령이 2011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는 허위 주장이 담긴 인터뷰 영상을 위장 언론사 사이트를 통해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러시아는 미국 선거에 꾸준히 영향을 미쳐왔지만 역동적인 소셜미디어 환경과 빠르게 변하는 선거 국면에서 최근 몇 달간 미국 청중에게 접근하기 위한 전술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2024 미국 대선 관련 허위주장을 검증한 AFP 기사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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