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 교과서, 중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중국문화·사회 배운다는 허위 주장에 악용

최근 온라인에서는 한국 중학생들이 학교에서 중국의 역사·문화·사회 등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배워야 하고, 기말고사에서 관련 시험을 치른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그러나 증거로 제시된 교과서 사진은 실제로는 선택 과목인 제2외국어 수업에서 사용하는 중국어 교재의 일부로 확인됐다. 한 일선 교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어 교과서에 해당 나라의 문화·사회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교과서의 내용이 왜곡되어 퍼지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026년 6월 19일 X(구 트위터)에는 "요즘 중학교 기말고사 시험 범위라고 하네요. - 중국학생의 하루일과  - 중국의 4대미녀 - 중국의 기념일 - 중국의 화폐 - 중국의 보물. 왜 배우죠 이런 거??" 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교과서 여러 페이지를 모아놓은 듯한 사진을 공유했고, 사진에는 '중국 중학생의 학교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중국 역사와 함께한 4대 미인' '중국의 명절과 기념일' 등의 소제목과 함께 관련 그림과 설명이 실려 있었다.   

댓글에는 "진짜 이딴걸 배운다구요? 아주 작정하고 침략이군요" "대체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냐" 등의 반응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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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X 게시글 스크린샷. 2026년 7월 14일 캡쳐 후 붉은색 X 추가.

비슷한 교과서 사진은 스레드, 유튜브, 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더불어 극우 사이트 일베 등에 공유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빨갱이들이 교과서를 만든다," "(중국이) 한국 장악 꿈에 부풀어 있다" 는 등 해당 이미지를 중국의 한국 침투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믿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같은 주장은 한국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수년간 온라인에서 확산된 반중 서사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한국 선거에 개입한다는 주장은 최근 몇년간 SNS상에서 반복, 지속적으로 퍼져왔다.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전국지방선거를 전후한 기간에도 유사한 주장들이 SNS에서 확산되었고, AFP는 해당 주장들을 허위로 검증한 바 있다.  

지방선거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잠실에서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을 때도 일부 참가자들은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나 기자 등을 중국인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선택 과목

구글 역이미지 검색 결과, 문제의 SNS 게시글에 등장한 책은 '중학교 생활 중국어' 교과서로 확인됐다 (아카이브 링크). 이는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서 사용하는 교재다. 

한국 중· 고등학생들은 영어를 필수 외국어로 배우며, 그 외에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8개 언어 중 일부를 제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전체 학생 가운데 중국어를 배우는 비율은 크지 않다. 2000년대 후반 고교에서 제2외국어 이수 의무가 폐지된 이후 제2외국어가 선택 과목으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아카이브 링크).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중·고교의 약 20%는 제2외국어 수업을 개설하지 않는다. 대학 입시에서 제2외국어를 필수 응시 영역으로 지정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 교육은 더욱 축소되는 추세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교육부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55만여명 가운데 제2외국어 중국어 시험을 신청한 응시생은 1만3천여명으로 전체의 약 2.5%에 불과했다 (아카이브 링크).  

'혐오와 배제의 정서'

해당 교재 서문은 "중국어 기본 표현과 문법을 보다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학습"하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교재는 기본 문법과 일상 표현을 가르치며, 각 단원 말미에 중국 사회와 문화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30여 년간 고교 국어 교사로 재직한 전국교직노동조합 대변인 현경희 교사는 7월 15일 AFP와의 통화에서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그 나라의 사회,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자극해야 한다"고 말하며, 외국어 교재에 사회· 문화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수십 년 전부터 당연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현 교사는 또 "(외국어 교재의 내용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려는 혐오와 배제의 정서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AFP는 과거에도 한국 내 반중 정서와 연결된  허위 주장들을 검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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