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봉쇄 시위 중 한국 경찰관들 겨냥한 '중국인' 허위 주장 확산

2026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에는 선관위의 부실 행정을 비판하는 시민들, 재선거를 요구하는 청년들,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는 극우단체 등 다양한 참여자가 모였다. 동시에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을 '중국인'이나 '중국 공안' 으로 몰아세우며 조롱·모욕하는 영상과 글들이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특히 극우 커뮤니티에 만연한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최소 6명의 경찰관들이 현장의 시위대와 SNS 사용자들에 의해 중국인으로 지목됐으나,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 경찰이자 시민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가운데 한 경찰관과 배우자는 일부 SNS 사용자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2026년 6월 6일 인스타그램에는 "애국자님 긴급제보 중국인 추정 경찰 신원, 소속안밝힘 무비자입국으로 중국인들 쉽게 들어왔는데 과연 그중에 공안, 조폭들이 없겟(겠)냐?"라는 자막이 달린 영상이 올라왔다. 

어두운 야외 주차장을 걷는 경찰복 차림의 남성과, 그를 쫓아다니며 "가짜 경찰"이라고 외치는 무리의 모습을 담은 해당 영상은 6천 회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중국말로 갑자기 말걸면 대답할듯" "중국인 조선족이 언제부터 경찰이었나" 등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재선거" 플래카드를 든 젊은 남녀들이 해당 남성을 둘러싸고 "왕따"라고 부르는 등 조롱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남성을 촬영한 다른 영상들도 그가 한국 경찰로 위장한 중국 공안이라는 주장을 담은 채 한국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퍼져나갔다

댓글에는 이 남성을 "짱깨"라고 부르거나 "잡아 죽여야 한다"는 등 극단적인 발언이 이어지며, 많은 이용자들이 해당 주장을 사실로 믿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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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shot of false posts taken on June 11, 2026, with red crosses added by AFP
문제의 인스타그램과 X 게시글 스크린샷. 2026년 6월 11일 캡쳐 후 붉은색 X 추가.

동시에 한국대만 SNS에서 확산된 또 다른 영상은 길을 걸으며 무전기로 대화하는 경찰관을 따라다니며 촬영한 장면을 담고 있다. 

촬영자와 주변인들은 "대한민국 경찰 맞아요 말투가 왜 그래요?"라고 외치며, 해당 경찰관의 "말투가 조선족"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인이세요?" "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거듭 묻는다.

영상을 공유한 다른 게시글들과 댓글들도 "우리나라 말투가 아니다," "중국인 발음이다"라며 해당 경찰관을 중국인으로 단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게시글들은 경찰관 3명의 이름표에 적힌 이름이나 한 경찰의 머리 스타일을 문제삼으며 이를 그들이 "중국인"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경찰관들의 영상을 공유한 게시글들에도 "중국인 경찰위장 한국침략!" "가짜경찰 위장 짱깨들 민증부터 꺼내고 신원 대조해라!" 등의 댓글이 달려 해당 주장을 믿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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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X 와 스레드 게시글 스크린샷, 2026년 6월 11일 캡쳐 후 붉은색 X 추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년을 평가하는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전국 대부분 의석을 흽쓸었으나,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야당 국민의힘에 패배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동시에 전국 수십 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서울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재선거를 요구하며 잠실 지역 개표소인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을 열흘 이상 봉쇄하고 경기장 진입을 통제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계엄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활용한 후, 부정선거 또는 중국인의 부정투표 관련 주장들은 선거 때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부각돼 왔다. 이번 선거 기간에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졌으며, AFP는 관련 주장들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왔다.     

그러나 시위 현장발 영상과 많은 SNS 이용자들이 주장한 '한국 경찰관으로 위장한 중국인' 내러티브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근거없는 허위사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월 12일 AFP와의 통화에서 SNS 이용자들이 중국인이라 주장하는 6명의 경찰관들은 모두 대한민국 시민이자 경찰이며, 관련법에 따라 외국 국적자는 한국 경찰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경찰공무원법 제8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경찰청도 6월 8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경찰관들이 중국인이라 주장하는 영상들의 스크린샷을 첨부하며, 이를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아카이브 링크).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스크린샷 이미지가 "이후 다른 의도로 남용될 것"을 우려해 SNS에서 삭제했지만, 게시글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6월 15일 기자간담회 에서 해당 경찰들이 중국인이라는 주장은 "이해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혐오놀이'

시위대가 말투를 문제삼으며 중국인으로 몰아간 경찰관은 서울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경찰청 기동대의 조현룡 경사으로 확인됐다 (아카이브 링크).

조 경사는 2024년 휴무일 다세대 주택 옥상에서 발생한 화재를 신속히 진압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킨 공로로 같은 해 '생명존중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러 영상에서 '중국 공안' 혹은 '왕따' 경찰이라고 조롱과 위협을 받은 경찰관은 서울경찰청 기동단 김민규 경정으로 확인됐고, 김 경정은 일부 SNS 이용자들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했으며, AFP는 해당 고소장을 6월 12일 확인했다.  

김 경정은 6월 9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찰 기동대원은 인내와 무대응이 강조된다" 면서도, "하지만 기동대원 개개인 역시 '1명'이며, 작정하고 퍼붓는 시비, 도발, 욕설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기 많이 힘들다" 고 토로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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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5일 투표용지 부족사태 이후 개표장 밖에 모여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모습 (AFP / Pedro PARDO)

김 경정의 배우자 역시 온라인에서 남편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자' 등의 욕설과 악성 댓글을 퍼부은 SNS 이용자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김형아 씨는 6월 12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사실을 해명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거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알고 보니 그들은 사실과는 관계없이 그냥 '중국인'이라고 매도하고 혐오를 쏟아부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이득이나 재미를 위해 이런 혐오놀이를 부추긴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메타 같은 SNS 플랫폼들도 이런 이용자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는 과거에도 한국 내에서 제기된 중국 관련 침투설을 여러 차례 허위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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