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님... 영상에 삽입된 자막, 마라도나의 실제 발언과 무관

한 영상이 영국 공격수 해리 케인(Harry Kane)에게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주장 자리를 손흥민 선수한테 양보하라고 조언하는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Diego Maradona)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손흥민은 2023년 9월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실제로 토트넘 주장에 선임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영상은 2017년 10월 촬영된 것으로, 원본 영상에는 마라도나가 케인을 칭찬하며 슈팅 조언을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8월 18일 "'손흥민한테 주장 넘겨!' 마라도나의 큰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공유됐다.

60만 이상의 조회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마라도나와 케인이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영상에 삽입된 한국어 자막에 따르면 마라도나는 케인에게 "뮌헨으로 가라"고 말하며 화면 밖에 있는 인물을 가리키는 동시에 "얘(손흥민)한테 주장 넘겨"라는 조언을 건낸다.

아르헨티나를 1986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마라도나는 지난 2020년 11월 뇌수술을 받고 회복 도중 60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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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유튜브 영상의 스크린샷. 2023년 9월 7일 캡쳐.

손흥민은 지난 8월 12일 토트넘의 주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앞서 2015년부터 토트넘을 이끈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Hugo Lloris)의 이적이 가시화되자 당초 케인이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그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자 토트넘에서 9번째 시즌에 접어든 고참 손흥민에게 완장이 넘어왔다.

동일한 영상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그러나 이 영상에 등장하는 자막은 조작된 것으로, 2017년 10월 마라도나와 케인이 실제로 나눈 대화와는 내용이 상이하다.

슈팅 조언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유튜브 영상과 일치하는 영상이 2017년 10월 24일 토트넘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원본 영상에는 당시 리버풀과의 경기를 앞두고 마라도나가 토트넘 라커룸을 방문하여 케인, 요리스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는데, 당시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Mauricio Pochettino) 감독과 과거 토트넘의 미드필더로 활약한 오스발도 아르딜레스(Osvaldo Ardiles) 전 선수도 이 자리에 참석했음을 알 수 있다.

조작된 자막이 담긴 영상은 원본 영상의 1분 3초 부분과 일치하는데, 이 부분에서 마라도나는 케인에게 스페인어로 "꼭 골대 근처에서만 슈팅하지 말라"며 상대 골키퍼가 티비 시청을 통해 공격 패턴을 예상할 수 있으니 "가끔 반대편에서 슈팅을 시도해 보라"는 내용의 조언을 건넨다.

다음은 조작된 자막이 담긴 영상(좌)과 토트넘 공식 채널에 게시된 원본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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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자막이 담긴 영상(좌)과 토트넘 공식 채널에 게시된 원본 영상(우) 비교

게티 사진 데이터베이스에 게시된 사진을 통해서도 마라도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인물은 손흥민이 아니라 요리스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원본 영상 그 어디에서도 손흥민과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날 마라도나와 케인의 만남은 당시 ESPN, 스카이 스포츠, 토크 스포츠 등 여러 해외 스포츠 매체 보도에도 실렸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별도의 검색을 통해서도 마라도나가 케인에게 주장 자리를 손흥민에 양보라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보도나 발표 등은 찾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동일한 유튜브 채널에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Jurgen Klopp) 감독 인터뷰를 짜깁기한 영상이 조작된 자막과 함께 공유된 적이 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영상들이 조작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해당 기사는 여기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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