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님... 전문가 '화마 면한 파란색 사물, 레이저 무기에 의한 방화 증거 될 수 없어'
저작권 © AFP 2017-2024. 구독 없이 저작물을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8월 24일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파란색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모든 것은 주파수입니다. 모든 것은 진동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란 우선, 파란 집, 파란 자동차가 하와이 화재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파란색을 자세히 살펴보면 파란색 레이저가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파란색은 진동 패턴으로 인해 파란색을 반사합니다."
게시글에 공유된 영상에는 화재 현장으로 보이는 장소에 전소된 차량, 나무, 시설 등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파라솔, 자동차 등 파란색 사물만 그을리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게 보인다.
영상 속 이어지는 장면에는 노란색, 빨간색, 녹색 등 여러 색상의 물건이 레이저로 보이는 광선에 반응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파란색을 제외한 색상의 물건은 광선이 닿자 불꽃이 튀며 검게 타는 모습이 담겼다.
이 부분에는 "레이저 무기는 파장에 맞춰 설계할 수 있다. 그들은 파란색의 어떤 것을 태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동일한 영상과 주장이 엑스(X·옛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다음 카페, 네이버 블로그 여기, 여기, 여기, 여기에 공유됐다.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 사이에서도 유사한 영상과 주장이 틱톡, 인스타그램, 엑스 등을 중심으로 공유되며 화재 원인과 관련된 음모론이 더욱 확산됐다.
미국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정보에 따르면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집약된 전자기파를 사용하며 미국에서는 드론 및 미사일 방어용으로 개발된다.
지난 8월 8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의 여파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 마을은 폐허가 됐다.
마우이섬 당국이 9월 4일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한 사망자는 115명에 이른다.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각종 루머와 음모론이 온라인상에 공유됐는데, 그중에는 누군가가 레이저 무기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AFP는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시 주변 구조물은 전소되고 몇몇 건물과 나무만 불길을 피하는 경우는 자주 있다고 강조했다.
하와이 화재 현장 사진에도 불타지 않고 남아있는 다양한 건물의 모습이 확인되는데, 건물의 손상 여부는 외관 색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 견해
지향성 에너지 무기 분야 전문가인 이안 보이드(Iain Boyd) 콜로라도대학교 교수는 AFP와 인터뷰를 통해 고출력 레이저는 특정 소재에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데, 이는 마치 검은색 옷은 빛을 흡수하고 흰 옷은 빛을 반사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하와이 산불과 관련하여 파란색 물체만 태우지 않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라고 일축했다.
보이드 교수는 "대형 화재를 일으킬 정도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레이저라면 색상과 상관없이 모든 물체를 태워버렸을 것"이라며 "중요한 점은 문제의 영상이 불길이 휩쓸고 간 뒤 폐허를 보여줄 뿐 화재 원인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면 파란색 사물이 불에 강하다는 얘긴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보이드 교수는 과거 AFP와의 인터뷰에서 하와이 산불을 일으킬 수준의 고출력 레이저 무기는 절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항공기나 우주선에만 장착할 수 있으며, 나아가 무기용 레이저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파장대에서 작동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마우이섬 당국은 끊어진 전선에서 불길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다.
현지 전력 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이상 상황 및 산불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미흡한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키웠는지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불길 속 몇 건물만 살아남은 이유
아르노 트루브(Arnaud Trouve) 메릴랜드대 소방공학과 석좌교수는 AFP와 인터뷰를 통해 화재 발생 시 여러 사물, 구조물, 풀포기 등이 손상되지 않은 채로 발견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트루브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나무, 건물 등은 일반적으로 산불 확산의 연료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촉매제의 존재 유무, 근접성, 반응 방식, 고온 내열성 등 현장 여건과 물질 특성에 따라 화재 피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하와이 산불 당시 화마가 파란색 사물이나 구조물만 비껴갔다는 주장은 "설명이라기보단 단편적인 관찰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산불 이후 라하이나 마을에서 촬영된 AFP 사진에서는 기적적으로 화마를 피했다고 알려진 '빨간 지붕 집'을 비롯해 녹색 지붕, 하얀 외벽 등 다양한 색상의 사물이 그을리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빨간 지붕 집'이 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해당 주택 소유주인 트립 밀리킨(Trip Milikin)은 미국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보수 공사를 하면서 금속 지붕을 새로 얹고, 집 주변 초목을 제거한 후 돌벽을 둘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AFP가 촬영한 폐허가 된 라하이나 마을 사진에는 전소된 파란색 사물들의 모습도 담겼다.
팩트체크 신청하기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