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作 원곡, 마오 전 주석 언급하는 가사 담겨있지 않아

문제의 주장은 2023년 8월 29일 "정율성 동요 실제 가사"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공유됐다.

19만 이상의 조회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2018년 광주 MBC가 주관한 정율성동요경연대회에서 한 국내 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이 정율성이 작곡한 중국어 노래 "우리는 행복해요"를 부르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상단에는 "모택동 찬가를 부르는 광주동요대회"라는 문구가, 하단에는 "우리의 생활 행복해요 / 감사해요 친애하는 모 주석 / 많은 학교를 세워줘서 /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 모 주석을 따라 전진하고 싸우네"라는 내용의 한국어 및 중국어 가사가 삽입됐다.

정율성(1914~1976)은 광주 출신의 중국 혁명가로, 1933년 항일투쟁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뒤 중국인민해방군 군가인 '팔로군행진곡', '조선인민군행진곡' 등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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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유튜브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9월 10일 캡쳐.

문제의 주장은 정부·여당 일각에서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의 철회를 요구한 뒤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8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혈세는 단 한 푼도 반국가적인 인물에게 쓰여선 안 된다"라며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사업을 비판했는데,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를 반박하며 기념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유사한 주장이 파이낸스투데이 기사, 그리고 페이스북 여기와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해당 영상 속 자막은 조작된 것으로, 실제로 MBC가 방송한 정율성동요경연대회 영상 속 해당 노래 가사에는 마오 전 주석을 언급하는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조작된 자막

해당 영상은 본래 2018년 7월 30일 광주 MBC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됐으나, MBC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영상은 최근 정율성 관련 논란이 불거진 뒤 여러 시민들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을 접수받은 참가 학교들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전환됐다.

하지만 AFP가 광주 MBC로부터 입수한 2018년 정율성동요경연대회 원본 영상 속 해당 노래가 연주된 부분에는 마오 전 주석 관련 언급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 속 노래의 실제 중국어 가사는 "우리의 삶은 행복해요 / 아침바람에 오성홍기가 휘날려요 / 짙은 태양이 산과 강을 붉게 물들여요 / 도시든 시골이든 / 모든 아이들은 학교에 가요 / 하하하 / 우리 삶은 너무 행복해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MBC 영상 속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한국어 자막에는 "오성홍기", "산과 강을 붉게 물들여요" 등 중국 및 공산주의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표현들은 제외됐으나 마오 전 주석에 관한 언급 역시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행복해요"는 중국에서 잘 알려진 동요로, 중국중앙TV(CCTV) 방송에서도 수차례 공연된 바 있다. 해당 방송분은 여기, 여기,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이 곡은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된 적이 있는데,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한 2020년 정율성음악축제에도 편곡되어 연주됐다 (아카이브 링크).

또한 중국 옌지시의 조선족 어린이 합창단도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이 공연에서 아이들이 부른 한국어 가사는 광주 MBC 동요대회에서 연주된 버전과는 다소 상이한 것을 알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이 공연에서도 마오 전 주석을 언급하는 가사는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