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법 개정안, 백신 접종과 무관... 질병청 '백신 접종 강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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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하수도에서 검출된 지역의 거주민을 격리하고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하수도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수질검사에 전염병과 마약류 등 검사를 추가하는 내용을 제안하는 것으로, 법안의 원문에는 백신이나 격리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의 게시글에 인용된 뉴스 보도 화면은 질병관리청이 실제로 실시하는 하수도 감시 사업에 관한 것이지만, 질병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업은 생활하수에 섞인 바이러스량을 감시하며 지역사회 환자 발생을 추정하는 사업으로, 백신 접종이나 격리와는 무관하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4월 20일 "(긴급! 매우중요) 하수도감시 백신강제접종법. WHO의 전염병 감시 방법으로 병균 드글거리는 하수도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그 핑계로 긴급 강제접종을 시행하려는 악법"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뉴스 보도 화면을 캡쳐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공유됐는데, 이미지에는 "하수도감시 백신강제접종법. 병균 드글거리는 하수도 오수 바이러스 검출되면 해당 지역주민들 격리 및 백신강제접종"이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게시글에 인용된 뉴스 보도 화면 속 "다만 하수 감시 결과가 즉각적인 방역 조치로 이어질수 있도록 관련 사항들을 정비해야 합니다"라는 자막이 붉은색으로 표시됐으며, 그 하단에는 "즉각적인 방역조치 = 즉각적인 검사, 격리 및 강제접종"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4월 27일 캡쳐.

동일한 주장이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디시인사이드에도 공유됐다.

하수도법 개정안

문제의 주장이 담긴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제출한 "하수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소개하는 국회 입법예고 웹사이트의 주소가 공유됐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웹사이트를 통해 이 법안의 원문을 열람할 수 있었는데, 원문은 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 내용을 "하수도시설 수질검사에 전염병 감시 및 마약류 등 검사를 추가하는 한편, 신속한 검사를 위하여 그 방법과 절차를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려는 것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원문 그 어디에서도 백신 접종이나 격리와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김영진 의원실 관계자는 4월 25일 AFP와 통화를 통해 해당 법안은 "[병원체가 검출될 시] 대응 조치와는 무관한 내용"이라며 "이 법안은 하수처리장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수질검사에다 병원체 및 마약류 검사 등 몇 가지의 검사를 추가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관계자는 의원실에 페이스북 게시글에 등장하는 주장과 유사한 내용의 항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히며 법안과 관련 없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예방접종이나 격리와 같은 내용은 "하수도법에 담길 내용이 아닌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하수도 감시 사업

한편 잘못된 주장을 공유한 게시글에는 김 의원이 발의한 하수도법 개정안과 별개로 질병관리청이 실제로 실시하는 하수도 감시 사업에 관련된 뉴스 보도 화면을 인용하고 있다.

키워드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에 공유된 게시글 속 이미지와 일치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게시된 SBS의 4월 5일 자 뉴스 보도에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보도에는 질병관리청이 4월 5일부터 하수도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을 시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보도 그 어디에도 백신 접종 및 격리, 혹은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언급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이 같은 날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 64개소 하수처리장을 중심으로 주 1회 이상 코로나19 바이러스, 노로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감염성 병원체를 감시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아카이브 링크).

보도자료에는 백신 접종이나 격리와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으며, 생활하수에 병원체가 검출될 시 취해질 조치와 관련된 내용 역시 담겨있지 않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4월 26일 AFP와 통화를 통해 해당 사업을 통해 백신 접종 및 격리 등이 강제된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질병관리청이 실시하고 있는 하수도 감시 사업은 강제 접종이나 격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이 완화되고 일상 회복도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은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전수 감시에서 일상적 감염병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일환으로 실시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하수처리장 등에서 채취된 하수에서 병원체가 검출될 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감염됐다고 자동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내부 논의를 거쳐서 추가 검사 등 적절한 대응이 취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바이러스가 검출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제로 격리되거나 접종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백신 접종은 항상 대상자의 선택에 따라서 진행되는 것이고, 과거에도 강제된 적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감염병 감시 사업은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무관하다며, 해당 법안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 역시 질병관리청의 감시 사업에 관해 모르고 있었다고 밝히며 해당 법안과 질병관리청 사업이 유사성을 띠는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제 접종

한편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법적으로 강제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과거 보건 당국이 실시한 방역패스 정책이 백신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안하는 식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당시 방역패스 정책과 관련해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안 한 이유 중 불가피한 사유도 있는데, 예외 사례를 불문하고 방역패스는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접종을 강요하는 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