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2003년 촬영된 것으로 당시 라오스에 거주하던 소수민족 몽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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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1/05/1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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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사진 한 장이 1975년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 사람들이 북베트남군에 의해 대량학살 당하기 직전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을 담은 장면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해당 사진은 베트남 전쟁이 종식된 수십 년 후인 2003년 1월에 촬영된 것으로 당시 라오스에 거주하던 소수민족 몽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2021년 5월 9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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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진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1년 5월 10일 캡쳐.

해당 주장은 사진 속 인물들이 1975년 4월 30일 사이공(現 호치민) 함락 직후 북베트남군에 의해 사형당하기 직전 목숨을 구걸하는 남베트남 사람들이라 주장한다.

베트남 전쟁은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이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을 함락하며 종결됐다. 19년가량 이어진 이 전쟁은 3백만 명의 베트남인과 5만8천 명의 미군 사상자를 냈다.  

동일한 사진과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네이버 블로그트위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틴아이(TinEye) 이미지 역 검색을 통해 해당 사진의 원본 사진이 BBC 뉴스의 이 기사에 게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필립 블렌킨솝(Philip Blenkinsop)이라는 사진 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베트남이 아닌 라오스에서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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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기사에 게시된 사진 스크린샷. 2021년 5월 12일 캡쳐.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해당 사진이 게시된 블렌킨솝 기자의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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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블렌킨솝 웹사이트에 게시된 해당 사진 스크린샷. 2021년 5월 12일 캡쳐.

홈페이지에 게시된 설명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라오스 북부 산악지대에 거주하며 라오스 정부군과 게릴라전을 벌이던 몽족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블렌킨솝 기자의 설명에 의하면 베트남과 라오스의 국경지대에 주로 거주하던 몽족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을 도와 북베트남에 대한 첩보 및 게릴라 활동을 벌였고, 공산당에 의해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 이러한 활동이 빌미가 되어 보복을 당했다. 

당시 블렌킨솝 기자가 촬영한 사진들은 영국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에도 실린 바 있는데, 선데이 타임스에 실린 사진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있다.  

“블렌킨솝 기자와 그의 팀원들을 만난 [몽족] 부족의 반응. 그들은 이 부족이 27년 만에 처음 만난 백인들이었다. 블렌킨솝 일행이 자신들을 구조하러 온 것이라 착각한 몽족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블렌킨솝 기자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몽족 사람들이 무릎 꿇은 모습을 담은 사진은 2003년 1월 촬영된 것으로 몽족이 숨어 거주하는 임시 기지인 해당 장소에 도달하는데 걸어서 나흘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더해 자신의 일행이 부족에게 접근하자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덧붙였다. 

기사에는 “몽족 사람들은 [블렌킨솝 일행] 모두가 미국에서 온 구세주라고 착각을 하고 그들에게 자신들의 슬픔과 상실감을 털어놓았다”라는 설명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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