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역에 따른 잘못된 주장... 주한미군 측 '사실무근'

내달 3일 치러질 조기대선을 앞두고 미 국방부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이들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소개한 유튜브 영상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유튜브 영상에서 인터뷰 내용이 일부 잘못 번역됐으며, 해당 인터뷰가 실린 기사 내용을 모두 확인했으나 후보 지지 발언은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주한미군 측은 AFP에 문제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제 주장은 구독자 1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에서 제기됐다.

해당 채널은 5월 16일 올린 "美 국방부, 김문수 지지! 주한미군사령관의 폭탄 발언!"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브런슨 사령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 내용이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과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 5월 13일 자 기사에 실린 인터뷰를 번역해 소개했다 (아카이브 링크).

신 씨는 이번 조기대선에서 "북한에 맞서야 할 사람을 뽑아줘야 한다"라는 게 브런슨 사령관의 메시지라며, 미 국방부가 브런슨 사령관의 입을 통해서 "이재명은 안 된다. 김문수가 돼야 한미동맹이 유지된다"라는 얘기를 전한 것이라 주장했다.

해당 채널은 이전에도 '중국 간첩 99명 체포' 보도와 관련된 허위 주장을 유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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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의 국방TV' 유튜브 영상 및 썸네일 스크린샷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아카이브 링크).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관련 국회 현안질의에서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와중에 김 후보는 사과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다 (아카이브 링크).

문제 영상은 페이스북스레드인스타그램, 엑스 등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유포됐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통해 신 씨가 제기한 주장을 사실로 오인한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이용자는 "정치 중립의 의무를 저버린 저 군인은 파면될 듯"이라는 댓글을 남겼고 "지상파 3사 왜 보도하지 않나. 폐방시켜라", "조중동은 왜 이기사를 보도 아니하는가" 등 언론을 비난하는 댓글도 많았다.

그러나 브런슨 사령관과 미 국방부는 김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주한미군 측은 5월 20일 AFP에 "해당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브런슨 사령관 휘하의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는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인터뷰 번역 오류

허위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기사 전체 내용을 확인한 결과,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브런슨 사령관은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한국의 조기 대선과 관련해 "누가 당선되든 일본, 한국, 미국 간의 최근 공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의 적들이 시간이 지나며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동맹의 힘, 대리 세력의 힘이다"라며 중동의 대리전,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중국의 대북 지원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브런슨 사령관은 "6월 4일에 취임하는 한국의 새 지도자는 자국이 대응해야 할 동맹 구도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에 직면해야 한다(The new leader in the Republic of Korea from 4 June forward has to take on the fact that his nation sits at the juncture of an alliance of sorts that he’s got to counter)"라고 덧붙였다.

한미일 협력체계와 북중러 연대 구도 속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 유튜브 영상에서는 "동맹의 전환점"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는데 이는 원문과는 차이가 있다.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도 주한미군사령관이나 미 국방부가 김 후보를 지지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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