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대협 지령' 주장 영상, 보수단체 성명 덧입힌 조작물
- 입력 월요일 2025/05/06 08:52
- 2 분 읽기
- SHIM Kyu-Seok, AFP 한국
저작권 © AFP 2017-2025. 구독 없이 저작물을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제 주장은 2025년 4월 18일 "전ㆍ대ㆍ협 북한지령, 공산화되면 전대협 너들이 제일 먼저 총살 당할끼다. 제발 속지말고 깨닫거라"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은 1987년 창립된 전국 대학 총학생회 대표들의 연합체로, 군부독재에 반대하며 민주화와 통일을 주장한 대표적 학생운동 조직이다.
주로 민족해방(NL) 계열이 주도했으며, 이후 일부 출신 인사들이 진보 정당으로 진출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카이브 링크).
약 6분 분량의 이 영상은 북한 조선중앙TV 보도처럼 보이는데 중간중간 남한 사회의 단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삽입돼 있다.
영상 속 앵커는 남한 내 "주사파 운동권 수구세력"이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 등 "대한민국 모든 사회구조"를 장악했다며 남은 과제는 "주한미군과 적폐야당을 궤멸"하는 것이라고 발언한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목표는 한국 경제 등을 붕괴시키고 모든 국민을 복지에 의존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민주당의 100년 독재 및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전대협'이라는 명칭도 등장한다.
북한은 과거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 무렵 김일성·김정일 찬양가를 송출한 뒤, 숫자로 구성된 난수 방송을 내보내 남파간첩에게 암호 지령을 전달하곤 했다.

동일한 영상이 페이스북 그룹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AFP는 과거에도 이들 그룹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 진보 성향 정치인들이 북한 및 중국 공산정권에 복종하고 있다는 허위 또는 왜곡된 주장을 검증한 바 있다.
해당 영상에는 이를 실제 북한발 지령으로 받아들인 사용자들의 댓글이 달렸다.
"북한 지령이 공공연히 돌아다닌다니, 이 나라 정말 큰일이다"라는 댓글도 있었고, "국정원은 왜 조사 안 하냐. 이건 민주당이 북한과 한통속이라는 명백한 증거"라는 반응도 있었다.
북한 보도 영상
하지만 구글 역 이미지 및 키워드 검색을 통해 이 영상은 북한 조선중앙TV가 2014년 1월 송출한 새해 보도영상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방송은 북한 전국 곳곳에서 열린 새해 행사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된 외교 사절단의 축하 메시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전대협이나 대한민국에 대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조작된 영상의 내레이션은 신전대협이라는 우익 성향 학생단체가 2019년 7월 11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낸 성명서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신전대협은 1980년대 좌파 학생운동 조직이었던 '전대협'의 이름을 차용했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우파 성향의 단체이다.
홈페이지에는 "반문명, 반이성적 이념을 바탕으로 특정 계층과 집단을 위해 국가를 퇴행시키는" 현재의 정치권에 맞서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문재인 정부 시절, 신전대협 회원이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여러 대학교에 붙였다가 무단침입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카이브 링크).
팩트체크 신청하기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