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영상에 허위 자막 합성한 것

한 영상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이 영상에 달린 한국어 자막은 조작된 것으로, 원본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문제 주장은 4월 16일 "ㅂㅅ도 이런 ㅂㅅ은 없다. 삻은 소대갈머리새끼"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장면과 연설하는 모습이 담긴 두편의 장면으로 구성된 1분 짜리 영상이 담겼다. 

영상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한국어 자막에는 "문재인과 만난 뒤 트럼프가 실제로 한 말"이라는 내용이 붙었다.

자막에 따르면 첫 번째 장면에는 문 전 대통령이 기자 앞에서 "쇼를 한다"라고 발언하며 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두 번째 장면에는 문 전 대통령의 지능을 조롱하는 모습, 세 번째는 종이에 적힌 원고를 읽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비웃는 트럼프 대통령이 묘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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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4월 17일 캡쳐

동일한 영상이 페이스북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도 공유됐으며, 영상 속 세 번째 장면은 과거 네이버 블로그, MLB파크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유포됐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허위 정보의 표적이 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들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검증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영상에 달린 한국어 자막은 조작된 것으로, 영상 속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발언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첫 번째 장면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있는 장면은 2018년 5월 22일 문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촬영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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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영상 속 0:13 부분(좌)과 유튜브에 게시된 회담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 비교

원본 영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겨레 기자의 질문을 들은 뒤 다음과 같이 농담조로 말한다.

"그는 우호적인 기자입니다. 친구죠. 그러니 그냥 두세요 — 당신처럼. 근데 그는 나를 죽이죠. 우호적인 기자인데 날 죽입니다." 

이 발언은 당시 백악관 기록에도 남아 있다 (아카이브 링크).

두 번째 장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담긴 두 번째 장면에는 "최근 연설"이라는 자막이 붙어 있는데, 실제로는 2017년 11월 30일 미주리주에서 촬영된 것이다 (아카이브 링크).

워싱턴포스트가 게시한 원본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시아에 갔을 때 몇몇 국가 (지도자)들과 이야기 나눴고, 그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이게 뭔지 아시죠?"라며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을 취한다. 

이 동작은 일부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의 태도를 흉내 낸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내내 특정 인물이나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전체 맥락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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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영상 속 0:36 부분(좌)과 유튜브에 게시된 연설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 비교

이 연설 내용 역시 트럼프 백악관 기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세 번째 장면 

세 번째 장면은 2018년 9월 29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촬영된 영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조작된 자막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을 "다루기 쉬운" 집단이라고 말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원고를 바라보며 발언하는 모습을 흉내 냈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실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전임자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것이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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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영상 속 0:55 부분(좌)과 유튜브에 게시된 연설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 비교

원본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이를 들여다보며 우스꽝스러운 어투로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라고 말한 뒤 "여러분,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훌륭한 미국 시민입니다"라고 발언한다. 

그는 이어 "천 개의 빛나는 점(Thousand points of light). 근데 아무도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라며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유명한 1989년 취임 연설 구절을 비꼰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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